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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05 11:11 수정 : 2019.02.05 11:11

싱가포르의 팀브레그룹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드론이 음식과 음료를 서빙하고 있다. 팀브레 누리집 갈무리

드론이 식당 서빙을…화재·범죄 감시에도 활용
군사 무기로 개발, 상용화로 전세계 수백만대 보급
개트윅공항 혼란, 마두로 암살 시도로 현실화된 위협
“‘하늘의 무기’ 제어할 기술 개발 시급”

싱가포르의 팀브레그룹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드론이 음식과 음료를 서빙하고 있다. 팀브레 누리집 갈무리
식당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 피시로 음식을 주문한다. 잠시 뒤 음식과 음료를 실은 드론이 식탁 위로 날아온다. 손님이 메뉴를 집어들자 드론은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하고 주방 쪽으로 휙 사라진다.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아니다. 중국의 징둥닷컴과 싱가포르 팀브레의 식당체인점이 이미 상용화한 기술이다. 하루 평균 300인분을 판매하는 팀브레 식당엔 드론 10대와 요리사 및 직원 10명이 일한다. 이 식당에서 서빙 종업원은 드론을 도와 테이블을 치우거나 청소를 하는 ‘보조’ 역할을 한다.

미국의 180개 소방서는 실종자 구조와 화재 진압에 드론을 쓴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드론과 로봇으로 택배를 하는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범죄 단속이나 기후·환경오염 모니터링 등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런 속도라면 향후 10년 안에 드론 기술의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드론의 시초는 1930년대에 정찰 목적으로 개발된 군용 무인비행기였다. 비행 소리가 벌이 윙윙거리는 것 같아 수컷 벌을 의미하는 드론(drone)이란 이름이 붙었다. 1990년대 이후 미군이 폭격용으로도 쓰기 시작했다.

드론은 2010년 이후에는 ‘얼리 어답터’들 사이에 놀이기구로 주목받았다. 키덜트(‘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들의 비싼 장난감뿐만 아니라 사진·영상 촬영 용도로도 널리 퍼져나갔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500만대 이상의 상업용 ·개인용 드론이 보급됐다. 세계 어디에서나 인터넷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지난해 8월 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드론 사용 폭발물 공격에 경호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드론 기술 발전은 동시에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에 영국 개트윅공항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공항 활주로에 드론 2대가 수십 차례 날아들어 36시간 동안 공항 운영이 마비됐다. 승객 14만명의 발이 묶였다. 영국 정부는 군과 정보기관을 총동원해 수사했지만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예멘의 알아나드 공군기지에서 정부군 행사 중에 후티 반군이 날린 드론 폭탄이 터져 정부군 6명이 사망하고 고위 관료 12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8월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겨냥한 드론 테러가 시도되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의 교도소에선 드론을 이용해 재소자에게 마약과 총기류 등을 반입시키다 발각된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7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원자력발전소 같은 주요 시설이 얼마나 드론 공격에 취약한지를 입증하는 실험을 했다. 활동가들은 프랑스의 한 원자력발전소 안으로 ‘슈퍼맨’ 모양의 드론을 날렸다. 원전 부지로 진입한 드론은 곧바로 폐연료 저장고를 들이받았다.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실험한 아니라 심각한 공격이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7월 프랑스의 한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슈퍼맨 모양의 드론을 핵발전소 안으로 날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린피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드론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각국은 드론 비행을 통제하는 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행장 등 주요 시설에 대해 드론 비행금지구역을 지정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 한국 등의 법을 살펴보면, 안전을 위해 드론 운행을 제한하는 시간과 금지 구역, 거리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법률들은 드론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과 충돌한다. 과잉 통제가 드론 산업 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론 비행금지구역 확대만으로 테러의 잠재적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드론도 비행기처럼 감시하고 추적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대형 사고를 일으키거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드론의 운행 정보를 추적하고, 필요하면 운행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신속히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늘을 떠다니는 수백만대의 드론이 언제든 대량살상무기로 돌변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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