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4 22:00
수정 : 2019.09.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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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이 4일 캐리 람 행정장관이 녹화 연설을 통해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대의 첫번째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 ‘범죄인 송환 조례’를 공식 철회하겠다고 발표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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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진압에도 반발 안줄고 되레 ‘반 중국’ 양상
중 건국 70년 잔치 앞 국제 여론도 상당한 부담
‘강경파 분리 대응’ 분석…시민연대체 “항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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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들이 4일 캐리 람 행정장관이 녹화 연설을 통해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대의 첫번째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 ‘범죄인 송환 조례’를 공식 철회하겠다고 발표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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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무력개입’ 엄포 등에도 13주째 주말마다 거리를 지켜온 홍콩 시민들의 노력이 마침내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폐기라는 첫 결실을 이뤘다. 반송중 시위의 열기가 식지 않고 시위 양상도 갈수록 격렬해지자, 중국 및 홍콩 당국이 결국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정치적 출구’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4일 전격적인 송환법 공식 폐기 발표는 시위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반중국’ 양상으로 흐르면서 자칫 홍콩 정국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적 해법을 서둘러 모색하지 않으면, 자칫 계엄령 발동이나 중국 중앙정부의 직접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정부 당국자도 4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람 장관이 지난 8월24일 정치권 등 홍콩 사회 지도급 인사 19명을 만난 이후 일단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긴장을 낮추기 위한 조처를 취하는 게 시급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람 장관은 시위가 격해지자 “송환법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말을 바꾸면서도 끝까지 공식 폐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8월 들어 체포전담조(이른바 ‘랩터’)와 사복경찰까지 투입하는 등 경찰의 진압 방식이 부쩍 강경해졌는데도 시위 열기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홍콩 정부 내부에서조차 “상황이 더욱 악화하기 전에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송환법 공식 폐기와 경찰 폭력·과잉진압 조사를 위한 독립위원회 구성은 반송중 정국의 정치적 타결로 가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10월1일 중국 건국 70주년 행사라는 ‘잔치’를 앞두고 있는 중국에도 갈수록 악화하는 국제 여론이 상당한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무역협상과 연계할 수 있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지지하는 나라는 북한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또한 친중국 입장인 홍콩 재계에서도 시위가 장기화되자 홍콩 경제에 주름이 잡히고 있다는 여론이 최근 급속히 번져왔다.
송환법 공식 철회에도 반송중 시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우산혁명 시위에서는 중국 정부로부터 하나의 양보도 받아내지 못한 홍콩 시민들이 이번 ‘승리’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더구나 람 장관은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경찰 폭력·과잉진압 조사를 위한 독립위원회 구성 △체포 시위대 불처벌 △행정장관 직선제를 포함한 정치개혁 등 나머지 4개 요구 조건은 피해 갔다. 그동안 반송중 시위대는 “5대 요구 조건 가운데 단 하나도 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람 장관의 발표에 대해 친중파 진영에서조차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고, 내용도 너무 적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콩 시민사회 연대체인 민간인권전선 쪽은 이날 밤 성명을 내어 “람 장관은 시위대의 5대 요구조건 가운데 나머지는 무시하고 송환법만 철회해도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정치적 오판을 했다”며 “5대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일 때까지 항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람 장관이 전격적인 송환법 공식 철회를 통해 시위대를 온건파와 강경파로 분리해 대응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람 장관은 이날 발표에 앞서 친정부 인사들에게 내용을 설명하면서, “송환법 공식 철회가 (시위대 내부) 온건파를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참석자의 말을 따 전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람 장관의 송환법 공식 폐기 결정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중앙정부가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이미 여러차례 밝혔다”고만 답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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