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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8 17:08 수정 : 2019.08.28 19:33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7일 주례 기자회견 도중 잠시 말을 멈추고 아래를 쳐다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행정장관에 ‘비상대권’ 부여
영장 없는 체포·구금 등 기본권 대폭 제약
영국 식민 시절 총독이 갖던 권한
야권 물론 친중파도 “위험” 반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7일 주례 기자회견 도중 잠시 말을 멈추고 아래를 쳐다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 정국 해결 방안으로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기본권을 대폭 제약할 수 있는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돼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람 장관은 전날 오전 열린 주례 기자회견에서 당국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조례)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모든 합법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폭력과 혼란을 멈출 법적 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홍콩의 모든 법규를 검토하는 건 정부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긴급조례 발동도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긴급조례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를 전제로 입법회(국회 격)의 승인 없이 행정장관이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정장관의 명에 따라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은 물론 영장 없는 체포·구금·추방, 압수수색과 재산 몰수 등의 강제 조처를 할 수 있다. 이를 위반했을 때는 종신형까지 처벌이 가능해 사실상 ‘계엄령’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규정은 애초 영국 식민통치 시절이던 1922년 총독에게 부여했던 ‘비상대권’으로,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행정장관에게 부여됐다. 영국 통치 시절인 1967년 7월 노동자 총파업 등 ‘폭동’이 벌어졌을 때 단 한차례만 발동됐다. ‘긴급조례’ 발동 언급 자체에 야권은 물론 친중파 진영까지 강력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임스 토 민주당 입법의원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긴급조례 발동은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하고,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완전히 박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중파인 레지나 입 의원도 “긴급조례를 발동하는 건 지나치게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영 홍콩대 교수(법학)는 “홍콩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때만 기본적 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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