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4 11:29
수정 : 2019.04.2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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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가 23일 스리랑카 연쇄 테러범들의 충성 서약식 장면이라며 공개한 비디오의 한 장면. 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가 주모자로 거론되는 모하메드 자흐란으로 추정된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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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명 사망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 IS 연루 정황
IS, 테러범들의 충성 서약식 주장 비디오 공개
“주모자는 모하메드 자흐란”…신원도 밝혀
스리랑카 정부 “IS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IS, 중동 근거지 상실하자 2차 테러 물결로 대응?
격퇴전 본격화 2015년말 이후 1차 테러 물결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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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가 23일 스리랑카 연쇄 테러범들의 충성 서약식 장면이라며 공개한 비디오의 한 장면. 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가 주모자로 거론되는 모하메드 자흐란으로 추정된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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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까지 35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스리랑카 연쇄 테러에 이슬람국가(IS)의 연루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중동의 근거지를 상실한 이슬람국가가 각지에서 무자비한 테러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인지 주목된다.
이슬람국가는 테러 이틀 뒤인 23일 선전 매체 <아마크> 통신을 통해 “이슬람국가 전사들이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격에 나선 이들이라며 복면을 쓴 7명과 얼굴을 가리지 않은 1명이 이슬람국가 깃발 앞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배포했다.
이슬람국가는 얼굴을 드러낸 이는 공격의 주도자로, 스리랑카 동부의 이슬람 성직자 모하메드 자흐란이라고 밝혔다. 자흐란 하심이라는 이름도 써온 그는 스리랑카와 인도의 모스크를 전전하며 인터넷 동영상으로 “불신자들은 모두 제거돼야 한다”고 선동해온 인물로, 그가 이끄는 소규모 무리는 불상을 훼손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24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 및 이와 관련된 다른 조직이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이슬람국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이슬람국가에서 자금을 받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테러범 9명 중 신원이 확인된 8명은 내국인이며 “모두 교육 수준이 높고, 중산층 또는 중상류층”이라고 설명했다. 사망한 테러범들 가운데 자흐란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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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스리랑카 콜롬보의 성세바스찬 교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큰 배낭을 메고 교회로 들어가는 장면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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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정부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현지 극단주의 단체가 이슬람국가와 연계해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러 국가에 산재한 소규모 극단주의자들은 종종 자신들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이슬람국가에 충성을 맹세하며 이슬람국가의 이름으로 테러를 저질러왔다.
스리랑카 당국에 테러 가능성을 사전 경고한 인도 정보기관이 파악한 정보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인도 쪽은 테러 발생 하루 전인 20일에 공격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스리랑카 정부에 알렸을 뿐 아니라 이달 4일에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주모자로 거론되는 자흐란은 인도 정보기관이 온라인에서 이슬람국가 조직원을 모집하는 것으로 의심해 지난해부터 감시해온 인물이다. <시엔엔>(CNN)은 인도 당국이 이슬람국가 용의자한테서 스리랑카에서 훈련시킨 현지 극단주의자 이름을 파악했으며, 그가 바로 자흐란이라고 보도했다. 스리랑카의 무슬림 공동체 지도자들은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의 자흐란과 그 추종자들의 위험성을 당국에 알리기도 했다.
이슬람국가가 이 테러를 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 이들이 2014년 ‘칼리프 국가’를 선포한 뒤 감행한 최악의 테러가 된다. 올 들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영토’를 완전히 상실한 이슬람국가가 여전히 치명적 공격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슬람국가가 3월에 시리아의 마지막 근거지 바구즈를 상실한 뒤 세계 각지에서 대형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이미 이슬람국가는 2015년 하반기부터 유럽 등지에서 심각한 테러를 자행해왔다. 130명이 숨진 2015년 11월 파리 연쇄 테러, 32명이 숨진 2016년 3월 브뤼셀 폭탄 테러, 86명이 숨진 니스 트럭 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거나 자신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슬람국가 격퇴전에서 밀리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소프트 타깃’을 노린 것이다.
이번 공격은 이슬람국가의 새로운 ‘테러 물결’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슬람국가 격퇴전이 본격화된 2016년을 전후한 시기가 ‘1차 테러 물결’이었다면 이들이 근거지를 완전히 상실한 이후 ‘2차 테러 물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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