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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1 19:25 수정 : 2019.04.22 08:37

21일 오전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던 스리랑카 네곰보의 성세바스티안 교회 등에서 폭탄이 터져 200여명이 숨졌다. 갑작스러운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교회 내부의 모습. 성세바스티안 누리집 갈무리

부활절 오전 기독교도 모인 교회 노려
외국인 관광객 많은 3개 고급 호텔도
스리랑카 정부 “배후 철저히 규명할 것”
소수파인 기독교도 상대로 한 테러에 무게
스리랑카 용의자 7명 체포, 신원은 밝히지 않아

21일 오전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던 스리랑카 네곰보의 성세바스티안 교회 등에서 폭탄이 터져 200여명이 숨졌다. 갑작스러운 폭발로 아수라장이 된 교회 내부의 모습. 성세바스티안 누리집 갈무리
부활절인 21일 오전(현지시각) 스리랑카의 교회와 고급 호텔 등 8곳에서 연쇄적으로 폭발물이 터져 200여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스리랑카 정부는 ‘국가의 단결’을 호소하며 “배후 세력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다짐했다. 스리랑카 국방부는 이후 관련자 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이름과 소속 단체를 공개하진 않았다.

스리랑카 정부는 21일 아침 8시45분께 수도 콜롬보와 주변 교회 2곳, 5성급 고급 호텔 3곳, 동부 해안도시 바티칼로아의 시온 교회 등 총 6곳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이후 2곳에서 추가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날 밤까지 최소 207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라닐 위크레마싱헤 총리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시민들의 거리통행을 제한하고 ‘가짜 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소셜미디어를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은 콜롬보 북쪽의 도시 네곰보에 위치한 성세바스티안 가톨릭교회였다. 사망자만 100명을 넘었다. 이 교회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한 사고 직후의 영상을 보면, 교회 건물의 천장이 날아가고 바닥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부상자들과 잔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교회 페이스북 계정엔 “기도하자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신이 당신들을 축복할 것”이라는 위로의 말들이 올라오고 있다.

바티칼로아의 시온 교회에선 25명 이상이 숨졌다. 많은 신도들이 부활절 예배를 드리던 중이어서 피해가 더 커졌다. 근처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콜롬보 성앤서니 교회 주변에서 폭발음을 듣고 현장에 달려가 보니 “피가 강물처럼 흘렀다. 신부님이 온통 피에 뒤덮인 채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폭발은 콜롬보의 샹그릴라 콜롬보 호텔, 킹즈베리 호텔, 시나몬 그랜드 콜롬보 등 3개 5성급 호텔에서도 발생했다. 스리랑카 언론은 외국인 사망자가 35명이라며, 이들의 국적이 미국·중국·일본·파키스탄·덴마크·모로코·인도·방글라데시 등이라고 전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범행을 저지른 이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이번 테러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크레마싱헤 총리도 “오늘 우리 국민들에게 발생한 이 비열한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다. 모든 스리랑카인에게 이 비극적인 시간에 단결하고 강해지길 요청한다. 정부가 상황 수습을 위해 긴급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지 경찰은 △동시에 폭탄이 터진 점 △부활절 교회를 노린 점 등을 들어 이번 범행이 사전에 정밀하게 조율된 것이라며 배후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루완 위제와르데네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관련자 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 과정에서 3명의 경찰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아직 이들의 이름과 배후 단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테러에 대해 2009년 내전 종식 이후 “10년 만에 발생한 대규모 테러”라고 지적했다. <아에프페> 통신은 푸주트 자야순다라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간부들에게 “내셔널타우히트자마트(NTJ)가 콜롬보의 인도 고등판무관 사무실과 함께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외국 정보기관이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불상 등을 훼손하는 사건으로 지난해부터 주목을 받은 무슬림 과격 단체다. 스리랑카 내 200여개 교회가 모여 만든 스리랑카국민기독교복음동맹(NCEASL)은 지난해 기독교인들에 대한 86건의 위협·폭력·차별 등의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스리랑카는 1983년부터 다수파 불교도인 싱할라족과 소수파 힌두교도인 타밀족 사이의 내전으로 무려 7만여명이 숨지는 큰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10년 전인 2009년 5월 정부가 내전을 이끌던 타밀일람해방호랑이(LTTE)를 제압하며 내전이 끝났다. 이후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돼 스리랑카 정부는 국내 세계문화유산 등을 적극 소개하며 관광객 유치에 힘을 기울여왔다.

스리랑카 인구 2200만명 가운데 절대다수인 70%는 불교도이고, 12.6%가 힌두교도, 9.7%가 무슬림, 7.6%가 기독교도다. 스리랑카 주재 한국대사관은 21일 스리랑카에 “지금까지 확인된 교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끔찍한 사건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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