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0 10:50
수정 : 2019.03.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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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9일 수도 웰링턴의 의회 연설에 앞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테러 사건의 주된 희생자들인 무슬림 사회의 지도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테러범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말자며, 테러범이 의도하는 악명을 허용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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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총리, ‘테러범 이름 언급하지 마라’
‘테러범 개인과 그 선전물에 대한 언론 주목이 테러범의 목적’
테러범의 범행 동영상 즉각 단속해 시청은 4천회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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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9일 수도 웰링턴의 의회 연설에 앞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테러 사건의 주된 희생자들인 무슬림 사회의 지도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테러범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말자며, 테러범이 의도하는 악명을 허용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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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총리가 이끄는 뉴질랜드 정부가 테러의 사후 대응에서 새로운 모범을 보이고 있다.
아던 총리는 19일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테러 사건과 관련해 테러범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악명이 대중에게 회자되는 것조차 그의 의도에 말리는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아던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그는 자신의 테러 행위를 통해 많은 것을 추구했을 것이고, 그 하나는 악명”이라며 “여러분이 나에게서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듣지 못할 이유다”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이날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의회 특별회의에서 ‘당신에게 평화를 …’이라는 의미의 아랍어 인사(앗쌀람 알라이쿰)를 건네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여러분에게 간청한다”며 “사람들을 살해한 이의 이름이 아니라 희생당한 이들의 이름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던 총리는 “그는 테러범이고, 범죄자이고, 극단주의자”라며 “하지만 내가 그를 언급할 때는 이름이 없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테러를 저지른 테러범의 선전물을 공개하거나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하고, 테러범의 목표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12년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영화관에서 일어난 총격 테러의 한 희생자 부모는 테러범에게 초점을 맞추는 보도를 막기 위해 ‘악명 불허’(No Notoriety)라는 캠페인을 조직했다. ‘악명 불허’ 웹사이트에서는 “폭력적인 개인들에게 그들이 갈구하는 언론의 관심을 차단하라”고 언론들에게 촉구하며 ‘이름, 사진, 악명조차도 불허하라”고 주장했다.
텍사트주립대의 범죄문제연구소인 ‘얼러트 센터’는 ‘그들의 이름을 부르지마라’라는 캠페인을 통해, 언론이 테러범들에게 주목해주는 것은 “그들에게 자신의 목적들 중 하나를 달성하게 하고, 그의 삶과 행동들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형법에도 범죄자의 이름 노출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다.
뉴질랜드 정부의 이런 노력으로 이번 사건 범인의 선전 시도는 어느 정도 차단되고 있다. 그가 범행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한 동영상은 범행 당시에 200차례 미만이 시청됐고, 모두 4천회 정도만 시청된 것으로 집계됐다. 페이스북은 사건 발생 24시간 만에 약 150만개 이상의 복사 동영상을 삭제했고, 이 중 120만개는 업로드되는 도중에 삭제됐다.
아던 총리는 또 테러 단체들이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의 플랫폼들이 테러와의 싸움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희생당한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각별한 위무를 당부했다. 그는 오는 28일 무슬림들의 예배일에 무슬림 공동체의 슬픔을 뉴질랜드 국민 모두가 나누자고 촉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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