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9 20:05
수정 : 2019.03.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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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테러 이튿날인 16일 히잡을 쓰고 무슬림 공동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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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함 속에서 공감과 사랑, 통합의 지도력으로 극찬받아
서구의 금기 히잡 쓰고 희생자 위로에 이슬람권도 감동
의회서 아랍어 인사…“테러범 이름 절대 입에 안 올린다”
사건 발생 사흘 만에 총기 규제 나서는 단호함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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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테러 이튿날인 16일 히잡을 쓰고 무슬림 공동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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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우리다.”
저신다 아던(37) 뉴질랜드 총리가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소수자집단에 대한 공감 능력으로 진정한 지도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아던 총리는 15일 사건 발생 직후 머뭇거리지 않고 현장을 방문해 “그들이 우리다”라는 일성으로 혼란 수습에 나섰다. 기자회견에서는 사건을 명백한 테러로 신속히 규정한 뒤 “우리가 공격 대상이 된 것은 포용성과 자애, 동정심을 대표하는 나라이고, 이런 가치를 필요로 하는 난민을 수용하기 때문”이라며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흔들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서구에서는 금기시되는 히잡을 쓰고 희생자 가족 등을 위로해 이슬람권에서 긍정적 반응을 일으켰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상원의원이 무슬림들의 이민도 사건의 배경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부끄러운 일”이라며 즉각 일축했다. 19일에는 의회 연설에서 아랍어로 “신의 축복과 자비, 평화를 기원한다”는 인사를 했다. 또 테러범(브렌턴 태런트)은 악명을 얻으려고 공격을 자행했다며 그의 이름을 절대 언급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구 사회의 골칫거리인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행보도 보였다. 그는 18일 각료회의 직후 “세계 역사에서 배운 명확한 교훈은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는 지금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반자동 소총 금지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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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치 모스크 테러의 추모 공간으로 지정된 식물원 담장 곁에 19일 시민들이 놓은 추모의 꽃다발이 쌓여 있다. 크라이스트처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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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던 총리는 지난해에는 재직 중 출산하는 과정에서 모성 보호와 여권 신장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총리가 재직 중 출산한 것은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이후 처음이다. 유엔총회에 3개월 된 딸을 데리고 출석하기도 했다.
아던 총리는 ‘저신다 마니아’가 형성될 정도로 뉴질랜드 정치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는 2017년 8월 노동당 지지율이 보수 국민당의 지지율이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위기에 빠져 대표가 사임하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두달 뒤 총선에서 노동당의 제2당 지위를 지켜내고는 과반 의석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군소 정당들을 모아 연립정부를 만드는 정치력도 발휘했다.
그는 주택 문제 등 경제 문제에서 진전이 없어 곤란을 겪기도 했다. 젊음과 여성이라는 이미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득세하는 다른 서구 국가들과 대비되는 포용성을 보여주며 단합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디언>은 ‘아던이 진정한 지도력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는 차이를 존중하고, 포용하고, 연결하기를 원한다”며 “이것이 지도력이고, 그가 발하는 빛”이라고 극찬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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