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1 16:49
수정 : 2019.03.1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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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 중 한명인 인도네시아 출신 시티 아이샤가 11일 말레이시아 검찰의 기소 취하로 석방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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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검찰 공소 취소 후 법원 즉각 석방 결정
이유 공개 안 해…외신들 “전혀 예상 못 해, 충격적”
인도네시아·북한 관계 고려한 말레이 정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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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 중 한명인 인도네시아 출신 시티 아이샤가 11일 말레이시아 검찰의 기소 취하로 석방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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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 여성이 11일 말레이시아 검찰의 공소 취소로 전격 석방됐다. 검찰이 이유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한 말레이 정부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남 살해 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인 시티 아이샤에 대한 석방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검찰이 아이샤에 대한 살인 혐의 공소를 취소한 후 재판부가 석방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이샤가 북한인 용의자들과 잘 계획된 음모에 따라 조직적으로 김정남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지난해 8월 재판부의 언급과도 상반된 결정이다.
아이샤와 베트남 여성인 도안 티 흐엉은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성 물질인 브이엑스(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둘에게 신경작용제를 주고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북한으로 도주했다. 두 여성은 재판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 사람들의 말에 속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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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13일 김정남 피습 당시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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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석방 결정에 아이샤도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는 법원 밖에 대기하던 인도네시아대사관 승용차를 타면서 기자들에게 “놀랍고 매우 행복하다. 전혀 (석방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자카르타로 출국했다.
일부 외신은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기소된 두 명에게 살해의 의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속아서 그랬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공항에서 그들의 행위로 김정남이 숨진 것은 공항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서도 드러난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관심을 끈 살인 사건에서 재판부가 유무죄 판단조차 내리지 않고 피고인을 풀어주는 것은 많은 이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자국의 “지속적인 외교 활동 결과”라고 자평했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아이샤는 북한 정보기관에 이용당한 무고한 희생자”라며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부통령, 외교 관계자들이 회담에서 끊임없이 이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했다.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한 말레이 정부의 입김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다른 용의자인 흐엉도 같은 방법으로 조만간 공소가 취소돼 석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남 살해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라는 풀이도 나온다. 마하티르 빈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날달 김정남 사건에 대해 “북한과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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