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10 15:35
수정 : 2018.12.1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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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대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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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4일 시작된 말레이-싱가포르 영해 갈등 장기화 조짐
1965년 말레이에서 독립한 뒤 여러 차례 영토 분쟁 겪어
마하티르 총리 집권 이후 물 공급, 고속철도로도 관계 삐걱
양국은 일단 “대화로 문제 풀자”며 본격적인 협상 준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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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대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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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5월에 재집권한 뒤 이웃 나라인 싱가포르와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물 공급과 고속철도 건설 계획 중단으로 시작된 불협화음이 이제 민족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민감 현안인 영해 갈등으로 심화되는 모양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10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사이의 영해 갈등이 2주째에 이르는데도 이 문제에 대한 양국 간 의견 차이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 나라 사이의 영해 갈등은 지난달 25일 말레이시아가 관보에 남부 조호르 바루 항구의 영역을 동쪽으로 일방적으로 확대하며 시작됐다. 확장된 영역은 그동안 싱가포르 영역이었던 투아스 항구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이었다.
관보에 확장된 항구의 영역이 실리기 직전인 지난달 24일부터 말레이시아 정부 선박이 이 해역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싱가포르는 정부는 4일 “말레이시아의 항구 영역 확장과 이후 14차례 거듭된 선박의 침범은 싱가포르의 주권을 침범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그러나 앤서니 로크 말레이사아 교통장관은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의 주장이 부정확하다고 본다. 변화한 항구의 경계는 싱가포르의 어떤 영역도 침범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후 두 나라는 “대화를 위해 문제를 풀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지만, 대립은 이어지는 중이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싱가포르는 해역 구획과 작은 바위섬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영토 분쟁을 겪어 왔다. 대표적 갈등이 2008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결로 싱가포르 영토임이 확인된 페드라 브랑카섬 분쟁이었다. 이번 갈등의 원인이 된 투아스 항구 주변 해역도 1979년부터 양국 간 갈등이 이어져왔다. 이런 민감한 해역에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달 말 일방적으로 자국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싱가포르에선 마하티르 총리의 재집권 이후 양국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집권 직후인 6월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에 2061년까지 판매하기로 한 물의 공급 가격이 너무 싸다며 재협상을 요구했고, 8월엔 비용 문제를 들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양국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7일 “이번 분쟁을 논의하기 위한 의제 초안을 싱가포르에 전달했다”며 “이달 중순께는 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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