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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3 20:32 수정 : 2005.12.14 00:28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11일 한 무리의 백인 젊은이들이 아랍계 청년을 마구 때리고 있다. 시드니의 인종 갈등은 12일 더욱 확산됐다. 시드니/AP 연합

백인 우월주의자·신나치 추종자 인종폭력 개입…사태 장기화 우려


시드니 남부 크로눌라 해변에서 발생한 백인과 아랍계 청년들의 폭력사태가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로 이뤄진 오스트레일리아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뿌리깊은 인종주의가 다시 얼굴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이번 사태에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신나치 추종자들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오스트레일리아 극우세력의 이슬람 혐오증이 위험수위에 이른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이 이끄는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극우파 가세=크로눌라 해변이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의 칼 스컬리 경찰청장은 13일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아랍계 주민들에 대한 공격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도 이번 폭력사태에 독일 신나치 세력과 끈을 대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극우단체 ‘애국청년연맹’이 개입했다고 전했다. 애국청년연맹은 2002년 인종주의자를 자처하는 스튜어트 맥베스가 조직한 극우단체로, 이민자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모두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극우파는 오스트레일리아 국기를 흔들며 “오스트레일리아의 가치를 사수하자”고 외치는 등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들은 특히 휴대전화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직적으로 폭력사태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국청년연맹은 이날 배포한 소책자에서 “시위에 참가하겠다는 이들이 쇄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혐오증=오스트레일리아의 다문화정책은 존 하워드 총리가 이끄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참여하면서 이미 이슬람 혐오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라크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고, 강력한 대테러법을 발동함으로써 이슬람의 신경줄을 건드렸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반이슬람 정서는 2002년과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일어난 폭탄테러로 오스트레일리아인 80여명이 숨진 이후 더욱 악화됐다. 하워드 총리는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자생적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형성될 조짐이 있다며 이런 정서를 부추겼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인터넷을 통해 이번 폭동의 원인을 묻자 절반 가까이가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증을 꼽은 데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민자들의 출생지
멜버른으로 번지나=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경찰에 금주지역을 설정하고, 차량을 몰수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기로 하는 등 사태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폭력사태가 인근 멜버른으로 이어질 경우 프랑스 소요사태와 비슷하게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이틀째 이어진 시위에서 아랍계 청년들은 거리를 봉쇄한 채 야구방망이로 차량을 부수고 경찰에 돌을 던졌다. 백인 극우파들은 폭력사태가 멜버른까지 번질 수 있다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하워드 총리는 이날 “오스트레일리아에 인종주의는 없다”며 진정을 호소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전 외무장관 시에드 하미드 알바르는 “오스트레일리아도 이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증과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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