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31 15:53
수정 : 2018.10.31 19:56
학교 1200여개 파괴…아이들 18만여명 제대로 수업 못 받아
행방불명자 1300명 있는데 정부 “전염병 우려” 수색 중지
가족들, 장비도 없이 건물 더미 뒤지며 주검 찾아
도시는 조금씩 활기 되찾아…“전기 통신선은 100%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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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거대한 지진이 발생해 커다란 인명피해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한 지역에서 한 소녀가 폐허 위에 서 있다. 유니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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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규모 7.4의 강진이 술라웨시섬 북부 팔루시를 덮쳤을 때 소녀 소피아 안젤리카 마지드(11)는 집에 있었다. 엄청난 진동에 모든 것이 무너질 듯 흔들렸고, 머잖아 끔찍한 지진해일(쓰나미)이 마을을 휩쓸었다. 소피아의 가족은 서둘러 2㎞ 정도 떨어진 언덕에 마련된 임시피난소로 향했다. 기약 없이 이어지게 될 피난 생황의 시작이었다.
아동구호기구 유니세프는 술라웨시섬 지진 한 달을 맞은 30일 여전히 지진과 뒤이은 쓰나미의 고통에 시달리는 현지 아이들의 삶을 전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의 지난 21일 발표를 보면, 대규모 지진과 2.2~11.3m에 이르는 거대 쓰나미로 2256명이 숨지고, 4612명이 다쳤으며, 1309명이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다. 또 집 6만8000채가 파괴돼 22만3751명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집에서 빠져나올 때 소피아는 급하게 핸드폰 2대를 집어들었다. 이 전화는 혼란으로 가득찬 며칠을 견디게 해준 가족의 소중한 ‘생명선’이 됐다. 다른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물과 음식이 있는 곳을 수소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몇주 뒤 소피아는 교복, 신발, 샌들 등 뭔가 챙겨올 만한 게 있나 옛날 집터를 둘러봤지만 남은 것은 폐허뿐이었다.
지진과 쓰나미로 팔루시와 주변 지역에서 1200여개 학교가 파괴됐다. 18만4000명의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피아는 다행히 유니세프의 ‘학교 텐트’에서 공부한다. 그러나 전체 202명이던 소피아의 학교에서 등교하는 아이는 70여명뿐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숨지거나, 여진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 소피아네 학교 선생님(18명)은 모두 살아남았지만, 수업이 가능한 이들은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피난 생활 중이거나 아직도 행방불명인 가족·친척의 주검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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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텐트로 만든 임시 학교로 등교하고 있는 소피아(왼쪽). 유니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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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공무원 무프리스(40)는 아버지(65)와 여동생(27)을 찾으려고 매일 가방에 30㎏ 넘는 무거운 삽과 괭이를 넣고 부모 집이 있던 10㎞ 떨어진 해변으로 출퇴근한다. 아직 1000명이 넘는 행방불명자가 있지만, 정부는 11일 “전염병이 번질 우려가 있다”며 수색을 중지했다. 그는 30일치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정부의 수색 중단 결정에 대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인도적이지 않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혼자 건물 더미를 들추며 수색을 하며 몸무게가 5㎏나 빠졌다. 아내 등 5명의 주검을 찾는 중인 다른 주민(57)도 “지진 뒤 5일 정도는 기적을 믿었”지만 이젠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는 “장례식도 못 하고 묘지도 못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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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발생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시에서 25일 생존자 룰함이 행방불명된 아들과 조카를 찾는 다는 사진을 벽에 붙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달 말 현재 행방불명자 수가 여전히 1300여명에 달한다고 이르고 있다. 팔루/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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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입은 상처는 여전하지만, 도시는 조금씩 원기를 회복하고 있다. 건물 잔해가 수북하던 곳들은 정비가 끝났고, 도로 역시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수복되는 중이다. 굶주린 주민들의 약탈이 이어지던 상점가도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수토포 누그로호 국가재난방지청 대변인은 “복구가 빨리 진행돼 전기나 통신선은 거의 100% 정상을 되찾았다”면서도 “행방불명자 수색은 이미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구조팀이 지금도 폐허 속에서 주검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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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은 팔루의 도시 기능은 회복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26일 쓰나미로 떠내려간 다리를 복구하기 위해 작업을 벌이고 있다. 팔루/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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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화보] ‘불의 고리’ 인도네시아 강진·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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