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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10 16:25 수정 : 2018.10.10 21:04

파키스탄 북부 도시 라왈핀디의 환전상이 9일 환율 표시 판을 고치고 있다. 라왈핀디/신화 연합뉴스

9일 하루 사이에 루피화 10% 폭락
파키스탄 정부, 결국 IMF에 구제금융 요청
파키스탄에서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도 영향

파키스탄 북부 도시 라왈핀디의 환전상이 9일 환율 표시 판을 고치고 있다. 라왈핀디/신화 연합뉴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통화가치가 더 폭락한 파키스탄이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파키스탄 루피화는 9일 달러당 137루피로 전날보다 10.2%나 폭락했다. 1998년 10월 핵실험으로 야기된 폭락(11%) 사태 이후 최대 폭의 하락이다.

앞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7일 “증가하는 채무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며 구제금융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파키스탄이 추진 중인 구제금융 액수는 약 120억달러(약 13조6천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출범한 칸 정부는 ‘이슬람 복지국가’를 내걸었지만 경상수지 악화와 외환보유고 고갈로 벼랑에 몰려 있다. 그러나 칸 총리는 국제통화기금에 의존하기에 앞서 다른 나라로부터 차관 지원 등을 우선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루 만인 8일 아사드 우마르 재무장관은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은 그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중국 등에서 지원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초드리 파와드 후사인 공보장관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키스탄이 예멘 내전에서 이란이 후원하는 후티 반군에 대한 전쟁과 반이란 전선에 참여해 달라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경을 맞댄 이란과 적대하지 않으려 한다. 지난 2년간 파키스탄에 수십억달러의 단기 차관을 빌려준 중국은 최근 차관을 증액했으나 파키스탄의 금융위기 해소에는 역부족이었다.

파키스탄의 구제금융 요청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바로 인도양으로 나아가는 ‘중-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 파키스탄은 총 620억달러를 들여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개발하고, 중국 국경에서 이곳까지 도로·철로를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구제금융을 받으면 이런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대중국 채무상환도 제한된다. 미국은 지난 7월 중국이 신흥국들을 상대로 ‘부채의 덫 외교’를 한다며, 파키스탄에 투입된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이 대중국 채무 상환에 쓰이면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주 파키스탄에 실사단을 보낸 뒤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결정적 정책 조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국제통화기금이 루피화가 달러당 145루피까지 떨어지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정부가 루피화를 너무 고평가한 게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루피화는 지난 연말 이후 약 30%나 가치가 하락했다.

올 들어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터키도 미국과의 관계 악화 속에서 심각한 통화가치 하락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신흥국 통화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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