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24 16:35
수정 : 2018.08.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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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신임 총리. 모리슨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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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10여명 퇴진 요구하며 사임 의사 밝히고
당내 강경파와 에너지 산업 놓고 갈등 빚어
모리슨 신임 총리…강경 이민책 등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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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신임 총리. 모리슨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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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총리가 당내 퇴진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집권 자유당은 30번째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로 스콧 모리슨(50) 현 재무장관을 지명했다.
24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를 보면 이날 치러진 총리 신임투표에서 연방의원 85명의 절반이 넘는 45명이 턴불 총리의 사퇴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 턴불 총리는 지난 22일 신임투표에서 피터 더튼 내무장관을 48대 35로 이겼지만, 이날 투표에서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받고 총리직을 내려놓게 됐다. 하원의원직에서도 물러난다.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모리슨 장관이 더튼 장관을 45대 40으로 가까스로 이겨, 새로운 총리 자리에 앉게 됐다.
2015년 9월 총리직에 앉은 턴불 총리는 첫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다. 추락한 지지율과 더불어, 온실가스 정책을 두고 벌어진 당내 갈등이 턴불 총리의 발목을 잡았다. 턴불 총리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26~28%를 감축한다는 내용을 입법화하려 했는데 ‘기후 변화 회의론자’인 보수파는 국내 에너지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대립했다.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는 1인당 탄소배출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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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컴 턴불 총리가 사퇴 이후 남긴 페이스북 글과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턴불 총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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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맥그래스 국무총리실 부장관, 콘세타 피에라반티-웰스 국제개발·태평양담당 장관 등 10여명이 총리 퇴진을 요구하며 사임 의사를 밝힌 것 또한 턴불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내 화합이 신임 총리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이 짚었다. 자유당은 집권 11년간 총리를 5번이나 교체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시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임기 3년, 최대 3선까지 가능하다.
턴불 총리는 고별 연설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다문화 사회로, 언제나 그것을 지키며 가장 위대한 자산 중 하나로 발전시켰다”면서 “인종 정치, 분열, 서로를 적대시하는 일이 우리 정치 문화의 일부가 되도록 허락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에스엔에스에는 아내, 자녀, 손주들과 찍은 사진과 “총리로서 당신들을 섬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는 소감도 남겼다.
경찰관의 아들로 자란 모리슨 신임 총리는 근본주의 개신교도로, 정치적 야망과 보수적 성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2013~2014년 토니 애벗 총리 시절 이민부 장관을 맡으며 강경한 이민 정책을 도입한 적이 있다. 하원의원이던 2011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앞바다에서 수십명의 이민자를 태운 보트가 가라앉아 이들의 장례를 치를 때, 정부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납세자의 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거친 말을 쏟아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동성 결혼에 대한 국민 투표 때도 반대표를 던졌다.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다소 우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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