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5 20:35
수정 : 2018.08.0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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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샤먼시와 대만의 진먼현을 잇는 진샤송수관 노선도. 대만연합보 사진 갈무리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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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최전선’ 샤먼~진먼다오에 5일 상수도관 개설
냉랭한 ‘양안 관계’ 탓에 기념 행사는 따로따로 열려
매일처럼 포탄 날리던 전쟁의 땅에 화해의 물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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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샤먼시와 대만의 진먼현을 잇는 진샤송수관 노선도. 대만연합보 사진 갈무리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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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샤먼시에서 생산한 수돗물을 대만 진먼다오로 공급하는 송수관 개통식이 5일 열렸다. 그러나 최근 차갑게 얼어붙은 ‘양안 관계’ 탓인지 개통식은 중국과 대만에서 따로따로 진행했다.
<대만 연합보> 등 대만 언론들은 5일 중국과 대만이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던 중국 샤먼시와 대만 진먼현을 잇는 ‘진샤 송수관 개통식’이 경색된 양안 관계로 인해 따로 개최됐다고 전했다. 진먼현은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고작 1.8km 떨어진 대만 영토로 1970년대 말까지 양안간 격렬한 포격전이 벌어진 ‘냉전의 최전선’이었다.
중국과 대만은 진먼현의 고질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냉전이 해체 뒤인 1990년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수돗물을 이곳에 공급하는 문제를 검토해왔다. 이후 2014년 당시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이 16㎞ 떨어진 대만 사먼시로부터 해저송수관을 통해 수돗물을 공급받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2001년 통항·교역·우편거래가 실현된 뒤 17년 만에 서로 식수를 나눠 마시는 물길이 열린 셈이다.
중국 푸젠성 정부는 이날 오전 샤먼과 맞붙은 취안저우시의 진장에서 류제이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이 참석한 가운데 송수관 개통식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양안은 한가족, 하나의 강물을 함께 마신다’는 구호가 걸렸지만, 대만 쪽 주요 관계자들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진먼현의 훙리핑 현의회 의장 등 20여명이 참석했을 뿐 우청뎬 진먼현 부현장 등은 대만 대륙위원회와 대만 이민서의 승인을 받지 못해 불참했다.
개통식이 파행을 겪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 대만이 중국의 압력으로 인해 동아시안 2017년 유스게임 개최권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대만 타이중시는 동아시안 유스게임을 유치해 경기장 건설 등에 이미 7억대만달러(약 257억원)를 쏟아 부었지만, 중국의 압력으로 개최권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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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인접한 대만의 진먼현. 구글 지도 갈무리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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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는 진먼현에 개통식 연기를 요청했지만, 당장 수돗물 공급이 급한 진먼현은 행사를 강행했다. 결국, 개통식이 따로 열리게 됐다. 이날 진먼 진사톈포에서 따로 열린 개통식에 참석한 천푸하이 진먼현 현장은 “오랫동안 물 부족이 심각했는데 각계의 노력으로 예정대로 송수관을 개통할 수 있게 됐다. 양안이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먼현은 앞으로 중국 룽후댐에서 1t당 2위안(327원)에 하루 1만5000t의 물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하루 5만7000여t의 물을 사용하는 진먼현은 자체 상수도 수원 2만t에 샤먼시로부터 공급받은 물을 더해 식수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4년여 공사를 통해 개통된 진샤송수관을 계기로 양안 갈등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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