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2 05:00
수정 : 2018.08.02 09:09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라오스 댐 붕괴 현장을 가다
<한겨레 창간 30돌 특별기획-평화원정대, 희망에서 널문까지> 인터렉티브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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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댐 붕괴 최대 피해 마을 가운데 하나인 아타푸주 마이 마을 전체가 무너지거나 진흙으로 뒤덮여 있다. 아타푸/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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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삶의 소리를 함께 들었다
지난 4월 <한겨레> 평화원정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남단 희망봉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길은 예외 없이 거칠었다. 자연 지형 탓만은 아니었다. 평화가 흔들리거나 이미 파괴된 곳은 소진되지 않은 절망과 붙들 수밖에 없는 희망 사이로 실금처럼 아슬하게 길을 열어두고 있었다.
평화원정대는 7월20일 타이 방콕에 도착했다. 나흘 뒤 이웃 나라 라오스에서 댐이 붕괴했다는 소식이 건너왔다. 예정된 일정을 중단하고 국경을 넘으며 지난 4개월여를 돌이켰다. 평화가 없는 사태는 하나같이 사람의 일이었다. ‘평화’의 반대말 가운데 ‘재해’도 있다는 걸 여태 생각지 못했다. 재해 현장으로 가는 길은 지나온 어느 길보다 거칠었다.
거대한 진흙더미로 덮인 마을에는 정적이 흘렀다. 정적은 삶의 반대편에서 나는 죽음의 소리 같았다. 삶의 소리, 살려는 소리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고 있었고, 마을을 향해 타전되고 있었다. 숨진 가족과 이웃의 주검을 수습해 장례 치르는 이들의 소리는 절망을 밀어내려는 의지로 낮게 흘렀다. 마을로 가는 길을 복구하려는 기계의 소리는 크게 울렸다. 집도 마을도 잃은 아이들에게는 그래도 놀이가 남았다. 노는 아이들의 소리는 높고 맑아, 지친 어른들은 그 소리로 진흙의 악몽을 떨어내고 싶어 할 것 같았다.
이 재해의 원인이 자연의 일인지 사람의 일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절망을 넘어서 평화를 되찾는 것은 이곳에서도 사람의 일일 것이다. 댐 붕괴 참사를 당한 라오스 사람들의 평화를 기원하며, 평화원정대는 1일 다시 국경을 향해 길을 나섰다. 한반도가 차츰 가까워지고 있다. 아타푸/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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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아타푸주 마이 마을에서 트랙터들이 피해 복구 작업을 하기 위해 진흙 길을 뚫고 지나가고 있다. 아타푸/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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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아타푸주 사남사이 주민 대피소에서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 아타푸/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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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아타푸주 사남사이에 마련된 주민 대피소에서 한 주민이 보급받은 음식을 들고 있다. 아타푸/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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