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26 17:53
수정 : 2018.07.2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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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라오스 아타푸주 사남사이 마을 이재민들이 흙탕물에 잠긴 주택을 손질하고 있다. 사남사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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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댐 붕괴 실종자 구조]
지붕 위에서 밤새 떨다 구조된 가족
“겨우 2시간 전에야 대피명령 들어
이웃과 달렸지만 곧 집에 물 들어차”
베트남전 당시 불발탄 묻혀있는 곳
1주일간 악천후 예고, 구출·수색 난항
7000여 이재민들 보호소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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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라오스 아타푸주 사남사이 마을 이재민들이 흙탕물에 잠긴 주택을 손질하고 있다. 사남사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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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아타푸주 세피안-세남노이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계속되는 비로 실종자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다. 26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7명, 실종자는 131명이다. 이재민 7000여명은 대부분 보호시설에 도착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구조대원들은 ‘새로운 비’와 싸우고 있다. 라오스는 5~10월에는 몬순 기후의 영향으로 비가 오다 개는 일이 반복된다. 아타푸주에는 앞으로 일주일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예보돼 있어 수색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속된 폭우와 강풍이 복구 작업을 방해해, 주변 지역에서는 산사태와 홍수 위험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폐허가 된 마을들은 여전히 무릎 높이까지 물이 뒤덮고 있다. 그 위로 죽은 가축들이 떠오르고 있다. 라오스 정부와 현지 관계자들은 구조를 서두르면서 댐 붕괴 원인도 조사하고 있다. 베트남·캄보디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아타푸주에는 베트남전쟁 당시 투하된 각종 불발탄이 묻혀 있어 복구·재건 작업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휴먼라이츠워치 워싱턴지부의 마크 히즈나이는 “불발탄 탓에 주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참파사크 등 인근 여러 주에 나뉘어 마련된 보호소에서 정부와 구호단체, 한국 등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물과 음식, 구호품을 제공받고 있다. 베트남은 군병력과 의료진을 파견했으며, 중국 정부가 급파한 구조대원 10여명도 사남사이 마을에 도착해 작업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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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아타푸주 사남사이 마을에 사는 한 이재민이 26일 홍수가 났던 자신의 집에 들어가 흙탕물에 완전히 젖은 이불을 들춰보고 있다. 사남사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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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들은 엄청난 수마를 간신히 벗어난 상황에 대해 털어놓고 있다. 댐 인근 반마이 마을 주민 트란 반 비엔은 “댐이 터지기 겨우 2시간 전에 대피 명령을 들었다”며 “이웃들과 함께 달렸지만 곧 집에 물이 들어찼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하룻밤 동안 꼬박 춥고 두려운 지붕 위에서 대기하다 새벽 4시쯤 아내와 아이가 보트를 타고 먼저 구출됐다. 그는 “아내는 아이를 자기 몸에 꽁꽁 동여맸다. 죽더라도 함께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가족 12명과 함께 구출된 폰 부옹촌푸는 “물이 너무 빨리 들이닥쳤고 우리는 집을 떠나 마구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오토바이, 가구, 키우던 소와 돼지까지 모두 잃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불확실한 정보와 통신 장애도 구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에이피>는 “폭우가 쏟아져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애초 수백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북부 스퉁트렝주 주민들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어난 물이 메콩강 지류인 세콩강의 수위를 올려 주택들이 물에 잠겼다. 주정부 대변인은 17개 마을 1200가구가 대피했으며, 군인과 경찰, 구조대원 700명이 주민 구출에 나섰다고 밝혔다. 세콩강 수위는 11.5m로 위험 수준이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동남아시아 프로그램 담당자 브라이언 아일러는 “의심할 여지 없는 인재”라며 “라오스와 캄보디아가 지류까지 포괄하는 재난·홍수 관리 시스템이 없어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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