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1 17:17
수정 : 2018.07.1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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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예술가와 누리꾼들이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0일까지 18일간 타이 치앙라이주 탐루앙 동굴에 갇혔다가 구출된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등 13명의 귀환을 축하하는 그림을 그려 에스엔에스(SNS)에 공개하고 있다. 구조 작업 전 과정을 묘사한 그림. 페이스북 갈무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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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축구팀 처음 찾아낸 영국인 볼란선·스탠턴
마취과 의사 해리스는 작업 직후 아버지 임종 소식 들어
8주년 결혼기념일 파티 제쳐놓고 치앙라이로 온 파시
오소타나꼰 전 주지사 “17일간 1만명 효율적으로 구조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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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예술가와 누리꾼들이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0일까지 18일간 타이 치앙라이주 탐루앙 동굴에 갇혔다가 구출된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등 13명의 귀환을 축하하는 그림을 그려 에스엔에스(SNS)에 공개하고 있다. 구조 작업 전 과정을 묘사한 그림. 페이스북 갈무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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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해군은 세계 각지에서 온 잠수부와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 등반팀, 배수펌프팀, 요리팀, 환경미화팀, 화장실 청소팀 등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오늘, 우리 세계의 힘이 이 작업을 이끌었다. 오랫동안 전세계가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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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마취과 의사 리처드 해리스. 오스트레일리아 기자 에드워드 고드프리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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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치앙라이주 매사이지구 탐루앙 동굴 안에 고립된 유소년 축구팀 13명이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동굴 밖엔 이들의 무사 생환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영웅들’이 있었다. 영국·오스트레일리아·벨기에·덴마크·핀란드·캐나다 등 국적은 달랐지만 소년들을 안전하게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하나의 열정’으로 세계에 큰 울림을 줬다. 타이 해군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유소년 축구팀의 귀환을 도운 많은 이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것이 기적인지, 과학인지, 다른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동굴에 들어간 지 18일 만에 구조된 축구팀 ‘멧돼지’를 위해 기꺼이 동굴 안으로 따라 들어간 13인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2일 동굴 안에서 처음으로 소년들의 생존 신호를 발견한 이들은 영국인 정보기술(IT) 컨설턴트 존 볼란선과 전직 소방관 리처드 스탠턴이다. 소년들은 동굴에 갇힌 지 9일 만에 자신들을 애타게 찾는 두 사람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너희들, 아주 강하다”며 용기를 북돋웠고, 그렇게 ‘타이 동굴 소년 구출기’가 시작됐다.
이들은 지금껏 노르웨이·프랑스·멕시코 등을 돌며 동굴 구조 작업에 참여해온 베테랑 구조대원들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앞장서 동굴의 구조와 지형을 파악했고, 소년들을 찾아낸 뒤엔 구조 계획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들은 2012년 프랑스에서 한 잠수부의 주검을 찾아낸 뒤 구조 관련 영국 자선단체 ‘로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함께 동메달을 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애들레이드 출신 마취과 의사 리처드 해리스는 휴가를 내고 7000㎞를 날아 치앙라이로 왔다. 30년 이상 잠수 경력이 있는 그는 동굴로 직접 들어가 소년들의 건강을 챙겼다. 그의 진단 결과에 따라 구조 순서가 정해지는 등 작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작전 성공 직후 안타까운 소식이 찾아왔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해리스의 아버지인 혈관 전문의 짐 해리스가 10일 밤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해리스는 급하게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추모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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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공기탱크를 운반하던 중 숨을 거둔 전직 타이 해군 대원 사만 구난의 시신이 타이 동부 촌부리주 군사기지에 도착해 옮겨지고 있다. 촌부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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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해군 대원들은 이번 작전의 최전방에서 목숨을 걸고 활약했다. 특히 의사 빡 로한순과 잠수대원 3명은 생존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8일이나 밖으로 나오지 못한 소년들과 함께 동굴 안에서 동고동락했다. 10일 남아 있던 생존자 5명이 모두 탈출한 뒤, 가장 마지막으로 동굴을 빠져나온 것도 이들이었다. 전직 해군 대원이던 사만 꾸난의 희생은 전세계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6일 새벽 1시께 공기탱크를 운반하는 밤샘 작업 중 산소 부족으로 숨을 거뒀다. 그는 전역 후 타이공항공사 보안 직원으로 일했었다. 꾸난의 부인은 <비비시>에 “그는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을 사랑했고, 구조 활동을 완수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내 마음속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푸껫에서 잠수용품점을 운영하던 벨기에 출신 벤 레이메난츠, 수년간 타이에 살며 잠수학교에서 일한 덴마크 출신 클라우스 라스무센, 남부 타오섬에서 기술 잠수센터를 운영한 핀란드 출신 미코 파시도 지난 8일부터 사흘간 동굴 안에서 소년들을 호위하며 안전하게 구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소년들이 동굴에 갇혔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파시는 지중해 몰타에서 8주년 결혼기념일을 즐길 예정이었지만 저녁 파티를 제쳐놓고 치앙라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파시와 함께 일했던 덴마크 출신 이반 카라지치, 캐나다 출신 에릭 브라운도 흔쾌히 공기통을 메고 희망을 찾아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카라지치는 <방콕 포스트>에 “작은 소년들이 얼마나 멋졌는지 아느냐. 2주 동안 동굴 안에 갇혀 엄마와 만나지도 못했다는 걸 한번 상상해보라”며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녀석들이다. 믿을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브라운은 구조를 위해 일곱차례에 걸쳐 63시간 동안 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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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타이 치앙라이 매사이 지역 탐루앙 동굴에서 유소년 축구팀의 생존 신호를 발견한 영국인 잠수부 리처드 스탠턴이 5일 동굴 인근 작전 지휘 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매사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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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 파시(왼쪽)와 클라우스 라스무센(가운데)이 탐루앙 동굴 안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동굴 안쪽으로 잠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 파시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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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밤 타이 치앙라이주 매사이 지역 탐루앙 동굴에서 구출 작업을 마치고 가장 마지막으로 동굴 밖으로 나온 타이 해군 소속 의사 빡 로한순과 잠수대원 3명이 엄지손을 치켜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이 해군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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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만들어낸 ‘기적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영화제작사 ‘퓨어 플릭스’의 마이클 스콧 공동 창업자가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며 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수부들을 인터뷰하고, 현장에서 직접 보고 취합한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 제작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은 오는 13일 소년들의 이야기와 구조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방영을 예고했다. 세계적 출판사인 펭귄 랜덤하우스 소속 출판사 ‘스피겔 앤 그라우’의 신디 스피겔은 “코치의 불교식 훈련에 초점을 맞춰, 소년들에게 용기와 생존할 힘을 준 얘기를 책으로 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롱삭 오소타나꼰 전 치앙라이 주지사는 지난 17일간 곳곳에서 약 1만명이 효율적으로 구조 작업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또 “사랑의 힘 덕분에 작전이 성공했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17일간 지속된 사랑과 협력을 계속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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