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1 16:43
수정 : 2018.07.11 20:07
미-중 무역전쟁 촉발 이후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에 파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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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상하이시와 테슬라가 연간 50만대 생산 규모의 투자 협정에 서명했다. 상하이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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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연간 50만대를 생산하는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테슬라의 대형 투자 계획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상하이시 당국은 10일 “테슬라가 상하이에 전기자동차(EV)를 연구개발·생산·판매하는 거점을 짓기로 합의했다. 이는 상하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라고 밝혔다. 이날 서명식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의 첫 해외 투자다. 이곳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생산 거점이 될 것이고, 지속 가능한 공장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의 자동자 분야 투자 제한(지분의 50%)을 철폐해 이번 투자는 테슬라의 100% 투자로 이뤄진다. 그러나 양쪽 모두 구체적인 투자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이후 기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약 2년 후(2020년) 생산을 개시한다. (목표인) 연간 5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 후 다시 2~3년이 걸릴 것이다. 이번 발표가 계속 성장 중인 미국 내 생산에 끼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상하이 공장에는 ‘기가 팩토리-3’이란 이름이 붙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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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모델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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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이번 발표가 눈길을 끄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 개시된 직후 공개됐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들은 이번 결정이 “최대 시장인 중국 내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과열되고 있는 미-중 무역마찰의 영향을 현지 생산을 통해 피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지난 6일 미-중이 서로 상대국의 수출품 340억달러어치에 25%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부과한 뒤, 테슬라에 부과되는 관세는 기존의 15%에서 무려 40%로 올랐다. 그 여파로 테슬라는 기본형인 ‘모델S’의 중국 판매 가격을 대당 10만7300달러에서 12만8400달러(약 1억4380만원)로 20% 올렸다. 그러나 중국 현지 생산을 하면 관세 부담이 사라진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 10만3000대 가운데 16.5%인 1만7000대를 중국에서 팔았다. 전량이 미국 내 생산 물량이어서 지금으로서는 40%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지난 3월 트워터에서 중국의 높은 자동차 관세에 대해 “올림픽에서 납으로 된 신발을 신고 뛰라는 말과 같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후 중국은 7월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적용하는 관세를 기존의 25%에서 10%포인트 낮췄지만, 무역전쟁이 시작되며 테슬라의 부담은 거꾸로 40%로 늘었다.
또다른 쟁점은 고용이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이라는 두 전선에서 무역전쟁을 진행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에 국내 투자에 집중하라고 독려한다. 현재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 10만대를 생산하는 공장에 4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중 무역 갈등이 심해질 경우 테슬라가 중국인들의 ‘불매운동’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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