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4 11:17
수정 : 2018.05.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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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략 폭격기 H-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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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연합훈련에 중국군 2014년부터 참여
미 국방부 23일 “중국에 대응조처로 초청 취소”
“시 주석이 군사화 않겠다는 약속을 위반했다”
왕이 부장 “통상적 배치…군사화와 관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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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략 폭격기 H-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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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도발적인 행동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다음달부터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환태평양연합훈련(RIMPAC·림팩)에 중국군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대변인(중령)은 23일 “우리는 남중국해에서 진행 중인 중국의 군사거점화에 대응하는 첫 조처로 인민해방군의 2018년 림팩 초청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중국에 취할 다른 조처는 언급하지 않았다.
림팩은 미국이 1971년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군을 초청해 하와이 주변에서 진행해 온 훈련이다. 처음엔 매년 개최했지만, 1980년부터 2년 개최로 바뀌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1980년, 한국 해군은 1990년,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2014년부터 꼬박꼬박 참가해 왔다.
미 국방부는 이번 조처를 취한 이유로 중국이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군도(난샤군도)의 인공섬에 대함 미사일, 대공 미사일, 전파 방해 장비 등을 설치하고 있으며, 최근 파라셀군도(시샤군도)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에 전폭기를 착륙시켰다는 이유 등을 꼽았다. 로건 대변인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스프래틀리 군도를 군사기지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위반했다”며 이들 섬에 설치한 군사 시설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아브라함 덴마크 전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가 긴장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미 국방부도 중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 돌아오는 이익이 별로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를 융싱다오에 중국 전략 폭격기 H-6K가 이착륙하는 동영상과 함께 “H-6K를 포함한 폭격기들이 남중국해 암초섬에서 이착륙 훈련을 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중국이 공개한 H-6K의 작전반경은 남중국해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1800㎞에 이른다.
동영상 공개 직후 미국 씽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H-6K가 우디섬에서 이륙하면 “남중국해 전체는 물론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와 미국과 필리핀이 2014년 체결한 ‘방위협력강화협정’에 따라 미국이 사용할 수 있게 된 필리핀의 5개 군사기지를 사정거리에 넣게 된다”고 경계했다. 이와 별도로 중국은 미 국방부가 지적한대로 2014~2017년 스프래틀리군도의 ‘수비’(3000m 활주로 설치), ‘미스치프’(2600m 활주로 설치), ‘피어리 크로스 암초’(3000m 활주로 설치) 등에 활주로와 포대 등의 설치를 끝낸 상태다. H-6K가 이곳에 전진 배치되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미군의 앤더슨기지가 있는 괌을 타격권에 두게 된다.
중국의 도발적인 움직임에 주변국들은 반발했다. 파라셀 군도를 놓고 중국과 직접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외교부는 21일 성명을 내어 “이런 중국의 행동은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손상시킨다”고 비판했다. 필리핀 외교부도 21일 성명에서 “관계 당국과 서필리핀해(필리핀이 남중국해를 부르는 명칭)와 남중국해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우리 영유권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외교적 조처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 국방부의 림팩 훈련 초대 취소에 대해 “매우 건설적이지 못한 움직임이다. 우리는 미국이 그런 부정적인 자세를 바꾸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군 전폭기의 남중국해 전개에 대해 “통상적인 배치이다. 군사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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