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21 14:36
수정 : 2018.03.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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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취재한 로힝야족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 소녀의 인터뷰 모습. 사진출처: 비비시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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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피해 난민 캠프 갔더니, 성착취라는 새로운 위협
인신매매 조직 “일자리 준다” 꾀어 외국인 소아성애자 제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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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취재한 로힝야족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 소녀의 인터뷰 모습. 사진출처: 비비시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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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의 성매매 위계에서 로힝야 소녀들은 가장 매력없고 가장 싸게 (성매수가) 가능한 존재로 인식됐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1일(현지시각) 미얀마 군부의 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로 피난한 로힝야족 소녀들이 맞닥뜨린 새로운 위기, 성착취를 노린 인신매매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비비시>는 성매매 수사기관 담당자를 교육·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기구 ‘파운데이션 센티널’과 함께 방글라데시 현지를 취재했다. 그 결과, 10대 초반 소녀들이 인신매매 조직을 통해 외국인 소아성애자들한테 가장 손쉬운 성적 착취 대상으로 넘겨지고 있었다.
최근 방글라데시에는 어린이 성매매를 위해 비밀리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비비시> 취재팀이 콕스 바자르에서 ‘성매매 룸 대여’로 악명높은 한 호텔 소유주한테 문의하자, 48시간 안에 지역 성매매 알선업자의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었다. 취재팀은 이를 경찰에 알린 뒤 성매매 알선업자한테 어린 소녀, 특히 로힝야 소녀와 성매매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알선업자는 “우리는 어린 소녀들을 많이 데리고 있다. 그런데 왜 로힝야족을 원하느냐? 그들은 가장 더럽다”고 답했다. <비비시>는 취재 과정에서 이 얘기를 계속 들었다고 전했다.
취재팀은 여러 성매매 조직에 속한 다양한 소녀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다. 알선업자에게 ‘소녀들과의 하룻밤’을 원한다고 하자, 13~17살 소녀들의 사진이 전송되기 시작했다. 사진 속 소녀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땐, 또다른 소녀들의 사진을 받을 수 있었다. 인신매매 조직과 함께 살면서, 성매매가 없을 땐 청소와 요리를 하는 소녀들이다. 취재팀은 관련 증거를 경찰에 넘겼고, 경찰이 알선업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급습팀을 꾸렸다.
외국인 성매수 고객을 가장한 ‘파운데이션 센티널’ 직원이 사진 속 소녀 2명을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다. 호텔 밖에는 경찰도 대기하고 있었다. 알선업자는 고객이 호텔 밖으로 나오길 바랐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운전기사를 통해 소녀들을 호텔로 보냈다. 파운데이션 센티널 직원과 운전사 사이에 돈이 오간 직후, 대기 중이던 경찰이 운전기사를 체포했다. 아동보호 및 인신매매 전문가들이 소녀들을 도우려 했으나, 이 중 한 소녀는 보호소로 가기를 거부했다. 소녀들은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자신과 가족을 돌볼 수 없다고 말했다.
14살 안와라는 미얀마에서 가족이 살해된 뒤 도망쳤다. 방글라데시 길 위에서 도움을 구하고 있을 때 한 여성이 밴을 타고 와 손을 내밀었다. 낯선 여성한테 의지해 콕스 바자르로 옮겨진 뒤 안와라에게 또다른 지옥이 펼쳐졌다. “그들이 소년 두명을 데려왔어요. 내가 협조하지 않자 칼을 보여주면서 배를 때렸어요. 그런 다음 나를 성폭행 했죠. 나는 성관계를 꺼렸지만, 그들은 계속 했어요.”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 인신매매는 흔한 사연이었다. 인신매매 조직은 난민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다가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또는 외국에서 가사도우미나 호텔·주방 직원 일자리를 제공해주겠다고 꾀어냈다. 카오스나 다름없는 캠프에서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인신매매 조직의 잔혹한 전략은 더 없이 유혹적이다.
더러 성매매를 하게 될 줄 알면서 인신매매 조직을 따라 나서는 경우도 있다. 14살 마수다도 그랬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았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한테 일자리를 제공한 여성이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여기 오래 있었던 로힝야족이고 모두 그녀를 안다. 하지만 나한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한텐 아무 것도 없다. 가족은 사라졌다. 돈도 없다. 미얀마에서 성폭행도 당했다. 미얀마에서는 숲 속에서 언니 오빠들과 놀곤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노는 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난민 캠프에는 자녀를 떠나보낸 뒤 다시는 소식을 못 들을까봐 두려움에 눈물을 훔치는 부모도 있지만, 자녀의 소식을 전해듣지 못해도 더 나은 삶에 대한 전망으로 미소짓는 부모도 있다. 한 엄마는 <비비시>에 “어디든 (여기보다는) 더 낫다”고 말했다.
로힝야족 여성과 어린이를 국내외로 빼돌리는 인신매매 조직은 상당히 조직화 돼 있다. 방글라데시 치타공과 다카는 물론, 네팔의 카트만두와 인도의 콜카타에서도 로힝야족 아이들의 성매매 사례가 확인됐다. 특히 성매매 산업이 커지고 있는 콜카타에서는, 로힝야족 성매매 소녀들에게 인도 신분증이 발급되고 이 시스템에 흡수된 소녀들은 로힝야 정체성도 잃게 된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취재팀은 소아성애자들 사이에서 ‘어둠의 경로’를 통해 소녀 성매매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전세계 어린이들과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지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한 사용자는 어린이, 특히 로힝야족을 착취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설명했는데, 지역 수사당국이 취약하고 어린이를 제물 삼기에 가장 좋은 지역 정보를 나눴다.
<비비시>는 “방글라데시의 온·오프라인에서 인신매매 조직, 포주, 중개인 및 운반자 네트워크가 성매매를 위해 여성과 어린이를 계속 공급한다”며 “로힝야 위기가 방글라데시에서 성 산업을 창출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과 어린이의 공급을 늘려 성매매 가격을 낮추고 수요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유지하도록 했다”고 짚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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