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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18 09:45 수정 : 2018.03.18 09:54

‘락치앙콩’을 만들어 치앙콩의 전통문화를 연구하며 메콩강 지킴이 노릇을 해온 니왓 로이깨오 메콩학교 교장. 정문태 제공

‘메콩강 전사’ 니왓 로이깨오
‘락치앙콩’ 만들고 ‘메콩학교’ 열어
“끄루띠”라 불리는 메콩강 지킴이
라오스댐에 맞선 국경사람들 대변

‘락치앙콩’을 만들어 치앙콩의 전통문화를 연구하며 메콩강 지킴이 노릇을 해온 니왓 로이깨오 메콩학교 교장. 정문태 제공

메콩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니왓 로이깨오(58)다. 치앙콩 토박이로 메콩강 보호전선 앞잡이쯤 되는 그이를 사람들은 “끄루띠”(띠선생)라 부른다. 그이는 치앙마이대학을 나와 골짜기 고등학교 선생을 하다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지키겠다며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1988년 ‘락치앙콩’이란 단체를 만들어 메콩강 지킴이로 나섰고, 2013년엔 아이들한테 메콩강 역사와 생태를 가르치는 ‘메콩학교’를 열었다.

2월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메콩강둑, 교실과 사무실과 살림집이 한데 어우러진 메콩학교에서 끄루띠를 만났다. 꾸밈없는 차림새와 수수한 웃음 너머로 얼핏얼핏 야성이 비치는 첫인상이 딱 메콩강을 닮았다. 인사를 마치고 마루에 앉자마자 깔개부터 챙겨 준다. 이런 골짜기에서 길손한테 깔개를 내놓는 건 드문 일이다. 강 대하듯 사람 대하는 그이 모습에서 공룡 같은 정부와 싸워온 힘의 밑절미를 본다. 급한 마음에 다짜고짜 물었다. “콘피이롱 살릴 수 있나?” 내 딴엔 가장 궁금했던 건데, 그이는 첫 질문치고 좀 뜻밖인 듯 웃었다. “올 1월 중국 외무장관이 콘피이롱 손대지 않겠다고 밝혔다.” “타이 정부는?” “아직 아무 말 없지만 괜찮을 것 같다.” 목매달고 싸워온 끄루띠가 괜찮다면 됐다. 짠했다. 울컥하는 마음을 숨기려고 화제를 바꿨다. “당신한테 메콩강은 뭔가?” “어머니. 이 강에서 태어났고 모든 걸 이 강한테 받았다. 이 강 품에서 자랐고, 먹었고, 놀았고, 일했다.” 언뜻 예사롭게 들리지만, 메콩강을 등지고 앉은 그이 표정과 어우러진 말이 뭍에 나온 물고기처럼 펄떡댔다. 메콩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2012년 사야부리댐과 2017년 빡벵댐, 두 라오스 댐을 고발한 건 어떻게 되었나?” “타이발전공사(EGAT)가 사야부리댐 전기 90% 수입하겠다던 계획 포기했다.” “빡벵댐은?” “한달 전 중국 건설회사 다탕이 찾아와서 우리 이야기 듣고 갔다. 좋은 본보기였다.” 그 전 같으면 이 깊은 국경 골짜기까지 찾아와서 주민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치앙콩은 빡벵에서 직선거리로 84킬로미터나 떨어진데다, 빡벵보다 상류라 댐 건설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는 지역이다. 판결이야 어떻게 나든 타이와 라오스 정부한테 이제 국경 사람들이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는 본때를 보여준 셈이다. 외진 국경 강사람들을 엮어 거대한 방콕 시민단체들도 생각지 못한 남의 나라 라오스 댐을 타이 행정법원으로 끌고 간 주인공이 바로 끄루띠였다. “남의 나라 댐 건설을 막진 못했지만 타이 정부나 기업들이 라오스 댐 사업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

댐이라는 거대한 도시 정치 산물을 국경 강기슭 사람 몇몇이 막아낸다는 건 콘크리트에 달걀 던지기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이 까다롭고 억지스러운 타이 군인정부 아래서 끄루띠처럼 길바닥으로 구호 들고 나선다는 건 그야말로 사생결단이다. “위협 같은 건 신경 안 쓴다. 강만 생각한다. 하는 데까지 하는 거고, 가는 데까지 가는 거지.” 흰 수염, 굵은 눈주름 사이로 한 경계 넘은 전사 모습이 삐져나온다. 왠지 외롭지가 않다. 고맙다. 뜻대로 사는 끄루띠한테 큰 선물을 얻어간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 참한 인생을 배우고 힘을 얻는 게 여행의 즐거움 아닌가 싶다.

“지역의 지식과 경험”을 외치며 아이들에게 역사와 문화와 생태를 가르쳐온 메콩학교는 지역중심 사회운동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정문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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