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07 15:41
수정 : 2018.02.0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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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몰디브 말레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구금한 가윰 전 대통령과 판사, 정치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말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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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중인 나시드 전 대통령
인도에 무력개입·미국엔 제재 요청
야민 대통령은 중국과 FTA체결
‘새로운 절친한 친구’로 가까이
인도·미국 “법치 존중을” 성명
중국은 외세 개입 반대 나서
중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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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몰디브 말레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구금한 가윰 전 대통령과 판사, 정치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말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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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국가 비상사태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스리랑카에 망명 중인 모하메디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은 6일 압둘라 야민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해 인도에 무력 개입을 촉구했다. 앞서 4일 야민 대통령은 대법원이 야당 의원 자격을 회복시키고 정치범 석방을 명령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는 군 병력으로 대법원 청사를 장악했다. 압둘라 사이드 대법원장과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도 체포했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인도는 군의 지원을 받는 사절을 파견해 가윰 전 대통령 등 구금된 판사들과 정치인들을 석방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미국은 미국 은행들을 거치는 몰디브 정권 지도자들의 모든 금융 거래를 중단해달라”고도 촉구했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2009년 첫 민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13년 부정선거 의혹 속에서 당선된 야민 현 대통령 정부에 의해 테러 혐의로 2015년 투옥됐다가 망명했다. 나시드 전 대통령의 개입 요청으로 몰디브 사태는 인도와 중국을 배후로 한 ‘대리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반정부 세력을 탄압하고 야당 지도자들을 투옥해온 야민 대통령은 인도 등 주변 영연방 국가들이 몰디브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키겠다고 위협하자 2016년 영연방을 탈퇴했다. 그리고 중국에 접근해 대규모 투자 등 경제지원을 얻어냈다.
지난해 12월 야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전후해 몰디브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또 중국 기업들에 공항, 주거시설, 관광시설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허용했다. 현재 몰디브 국가 부채의 70%를 중국이 소유하고 있고, 이는 몰디브 연간 예산의 20%에 해당한다. 중국이 몰디브의 한 섬을 임차해 군기지를 개설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몰디브의 한 친정부 신문은 최근 중국을 몰디브의 새로운 절친한 친구로, 인도는 ‘적국’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의 인도양 진출에 대한 인도의 우려를 가속화했다. 몰디브는 인도의 전통적 영향권 안에 있는데다, 인도양 한가운데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도양 안보에 중요한 곳이다. 인도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몰디브의 모든 정부기관은 최고법원의 명령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 최대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몰디브에서 법치가 실시되도록 인도가 강력한 대책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도 강력한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는 “몰디브 정부와 군부는 법치, 표현의 자유, 민주적 제도를 존중해야만 한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논평했다.
중국은 외세의 개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몰디브 정부와 정당들이 현재의 상황에 스스로 대처할 지혜와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몰디브 사태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제기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시험대로도 떠오르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기존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념 대신 인도-태평양 개념을 도입해,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등이 연대해 인도양과 태평양 전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인도가 몰디브 사태에 개입한다면 기존 비동맹 정책을 파기하고 적극적인 친서방 정책으로 기우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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