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01 19:13
수정 : 2018.02.01 20:51
[가신이의 발자취] 이일만 사무국장 영전에
‘도쿄 조선인강제연행조사단’
2004년부터 사무국장 지내며
우키시마호 희생자 등 유골찾기
도쿄대공습 희생자 명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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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별세한 이일만 ‘도쿄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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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도쿄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 사무국장 이일만씨가 돌아가셨습니다. 2002년 조사단이 설립되고 2년 뒤 이일만씨가 사무국장으로 취임했습니다. 그해 조사단은 도쿄의 사찰 유텐사에 있던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피해자 유족의 유골을 찾았습니다. 1945년 8월 조선인 징용자와 가족 수천명을 싣고 한국으로 향하던 일본 해군 특무함 우키시마호가 침몰해 수백명이 숨졌지만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조사단은 유골을 찾은 뒤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유텐사에서 추도회도 열었습니다.
일본의 2차 대전 패전 직전에 요새화되었던 도쿄 남단의 하치조섬에는 조선인 강제연행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하치조섬 공항 건설 당시 조선인이 희생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가보았습니다. 방위도로를 만들었던 조선인 이름이 새겨진 비, 동굴의 일본 해군 요새 흔적, 인간 어뢰 ‘가이텐’을 끌어올렸던 도랑이 남아 있었습니다. 섬에서 열린 첫 심포지엄에는 태풍이 불던 중에도 100명이 넘는 섬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그 뒤 이일만씨가 재일 조선학교 수학여행을 꼭 하치조섬으로 가자며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서 실현은 되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출판된 <도쿄 대공습의 기록>(사오토메 가쓰모토 엮음)이란 책에는 주소 등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모두 일본 이름이었어요. 조선인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일만씨 중심으로 200명 가까운 조선 이름을 해독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쿄 대공습 희생자 추도식(3월10일)이 열리기 직전 토요일에 조선인희생자추도회를 도쿄 스미다구에 있는 도쿄도 위령당에서 열었습니다. 오는 3월3일 12회가 열립니다. 잊혔던 조선인 희생자를 밝힌 것은 이일만씨 공적입니다.
사오토메 선생은 “조선인 희생자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며 도쿄 고토구에 있는 ‘도쿄대공습·전재 자료 센터’ 2층에 조선인 희생자 자료를 상설전시해주었습니다. 2010년 우리가 한국에서 초청한 유족들이 명부에서 아버지 이름을 발견하고 “왔을 때와 돌아갈 때 도쿄 풍경이 다르게 보인다”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납니다.
행사나 회의 외에도 따로 술자리와 ‘합창 다방’, 소풍 등을 통해서 여러 분들이 조사단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도쿄 외 다른 지방에서도 교사와 학생들이 와서 조사단 가이드들과 만난 뒤 ‘일본의 식민지주의, 가해자로서의 전쟁, 반성, 우호·연대’와 같은 시각을 가지고 돌아갔습니다. 이일만씨가 의도한 것입니다.
군마현 등에서 강제노역 조선인 추도비에 대한 공격이 있었고 지난해는 도쿄도 요코아미 공원 안에 있는 ‘간토(관동)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도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일만씨는 야마다 쇼지 릿쿄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을 만들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이일만씨가 남긴 공적은 크고 남겨진 과제도 많습니다. 이일만씨의 운동 이념을 가슴에 담고 우리들은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증거로서요.
니시자와 기요시·도쿄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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