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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13 14:15 수정 : 2018.01.13 14:20

타이 군인들의 허락을 받고 국경 쪽문을 통해 반노래 마을로 와서 생필품을 구해가는 버마 빨라웅 사람들.

타이-버마 긴장감 도는 ‘도이앙캉’
쿤사가 마약패권전쟁 벌이던 곳
요즘도 마약꾼-국경수비대 총격전
‘반노래’ 마을엔 철망 두른 국경선

타이 군인들의 허락을 받고 국경 쪽문을 통해 반노래 마을로 와서 생필품을 구해가는 버마 빨라웅 사람들.

버마의 샨주와 국경을 맞댄 도이 앙캉. 관광객들이 제법 찾아드는 이곳은 해묵은 전선 지대다. 마약 루트가 걸린 곳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는 쿤사의 몽따이군(MTA)과 버마 정부 지원을 받은 연합와주군(UWSA)이 마약 패권 전쟁을 벌이며 타이 국경을 넘나들었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샨주 독립을 내건 샨주남부군(SSA-S)과 버마 정부군이 부딪치면서 그 불똥이 타이 영내로 튀었다. 버마 정부군은 국경 완충용으로 샨주 반군들을 몰래 지원해온 타이군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2001년 두 정부군은 수백 발을 주고받는 포격전을 벌였고, 그 과정에 버마 정부군이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상징인 도이 앙캉 심장부의 ‘로열프로젝트’(Royal Agricultural Station)를 포격해 두 나라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기도 했다. 요즘도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꾼들과 타이 국경수비대의 총격전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러니 도이 앙캉 국경 지역엔 두 나라 사이의 건널목이 없다. 버마 쪽 산악이 빤히 보이지만 국경으로 향하는 모든 길목을 군인들이 막아버렸다. 굳이 찾자면, 도이 앙캉 지역에서 국경선을 볼 수 있는 곳은 오직 ‘반노래’란 마을뿐이다. 도이 앙캉 중심지 반쿰에서 12킬로미터쯤 북쪽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버마에서 넘어온 소수민족 빨라웅이 삶터를 다진 곳이다. 빨라웅 전통의상을 걸친 여인네들이 기념품을 파는 마을 한복판 언덕을 100미터쯤 오르면 꼭대기에 타이 국기가 휘날리고, 그 반대쪽 내리막 150미터 앞이 국경선이다. 그 사이에 타이 정부군 병영이 있지만, 트럭 두 대만 눈에 띌 뿐 별 다른 무장도 없다. 군인들이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걸 보면 요즘 국경이 조용하다는 뜻이다. 1800킬로미터에 이르는 여느 타이-버마 국경 지역과 달리 이 동네는 철망과 대나무로 담을 치고 그 아래 참호를 파놓아 국경선이 또렷이 드러난다. 그 맞은편에는 요새 같은 버마 정부군 코아후아론기지, 빠끼기지. 코아후아녹기지가 있다. 비록 맨눈으로 군인들 동선은 잡히지 않더라도 다가갈 수 없는 국경 저편이 주는 긴장감은 꽤 높다.

타이 쪽에선 볼 수 없지만 그 너머 버마 안쪽 800미터 지점엔 또 다른 빨라웅 마을이 하나 더 있다. 반노래 사람들과 자매형제인 그 마을 사람들이 마치 죄인처럼 머리 조아리며 타이 군인들 허락을 받고 쪽문을 넘어와 생필품을 구해가는 모습이 참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입만 떼면 아세안(ASEAN) 통합을 외쳐온 타이와 버마. 그러나 그 국경은 여전히 잔인했다. 국경 없는 세상을 향한 21세기 세계시민사회의 꿈도 아직 멀기만 하다. 국경은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다.

반노래(타이-버마 국경 마을)/글·사진 정문태 국제분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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