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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24 23:10 수정 : 2017.12.24 23:10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의 한 상점에 24일 크리스마스를 표현하는 장식이 빽빽이 걸려있다. 뭄바이/AFP 연합뉴스

가톨릭 신학생·신부 캐롤 부르다 구금되고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극우세력 난동 이어져
“산타클로스도 기독교 관심으로 연결될 것” 경고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의 한 상점에 24일 크리스마스를 표현하는 장식이 빽빽이 걸려있다. 뭄바이/AFP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트리로 화려하게 장식된 도시. 조명은 번쩍이고 크리스마스 캐롤은 거리를 메운다. 여느 도시와 다름없는 이 풍경은 인도의 수도 델리의 한 모습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이런 축제 분위기를 즐기려던 다수의 시민들은 25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소 긴장하고 있다. 극단적 폭력행위도 서슴지 않는 힌두 극우세력들의 협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뉴욕 타임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힌두 극우 세력들의 예고성 짙은 반기독교적 행태가 이어지면서 소수의 기독교도들은 물론, 연말 축제를 즐기려던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인도에서 힌두교는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반면, 기독교 인구는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지난 14일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선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던 인도가톨릭주교회의 산하 세인트 에프렘 신학대학생들과 신부 32명이 폭행을 당하고, 구금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신부들도 함께 구금됐다. 또 지난 19일 라자스탄의 한 마을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행사에는 힌두교도들이 몰려와 찬송가를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며 “지역 사회를 개종시키려 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바셀리오스 클리미스 추기경은 “우리는 매우 고통스럽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번 사건은 기독교 신자들과 소수 민족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극우 무장세력인 ‘자그란 만치’는 일부 학교들에 공문을 보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 경우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산타클로스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것조차도 기독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하도록 했다. 또 마하라슈트라주의 수석 장관 아내인 암루타 파드나비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뭄바이에서 불우 아동을 위한 자선 행사를 계획했다가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을 빚었다.

미국 연합기독포럼의 인도지부 대표 에이시 마이클은 “우리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두려워 하고 있다”며 “더 많은 반 기독교적 폭력과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힌두 우파 단체인 사나탄 산스타의 대변인 체탄 라즈한스는 “크리스마스는 물질적이고 부도덕한 서구 문화를 홍보하는 것”이라며 “인도 문화나 전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선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무슬림인 한 여성은 “즐거운 휴가였던 이 날이 점점 종교와 얽혀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며 “우린 모두의 문화와 전통을 즐겨왔지만 이제 그들(극우 세력)은 그렇지 않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정치에 대한 정체성이 커지면서 종교와 계급, 휴일을 축하하는 방식 등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듯하다”고 밝혔다. 산제이 스리바스타바 델리대 사회학 교수는 “소비주의의 확산은 돈많은 힌두 엘리트들에게 즐길 거리를 줬고, 크리스마스를 대중화시켰다”면서 “동시에 종교적으로 점점 더 차별화되면서 도시가 분열됐다”고 꼬집었다.

인도에선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를 ‘좋은 통치의 날’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를 두고 “종교적 정체성에 기댄 이데올로기 전쟁의 한 단면”이라고 표현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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