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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10 17:09 수정 : 2017.12.10 21:10

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지난 5일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과 로비 단체가 외국인의 기부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캔버라/AP 연합뉴스

지난달 외교백서에서 “중국, 영토 분쟁에 호전적” 언급 이후
중국 기업가에게 거액 정치기부금 받은 노동당 의원 이슈
턴불 총리 “우리 오스트레일리아인도 일어선다” 주장

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지난 5일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과 로비 단체가 외국인의 기부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캔버라/AP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에서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대해 오스트레일리아가 견제하는 입장을 잇따라 나타내면서 양국이 긴장 관계에 빠졌다.

<가디언>은 오스트레일리아가 14년 만에 내놓은 외교백서에 영토 분쟁과 관련한 중국의 야욕이 언급된 뒤 양국 사이에 날선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맬컴 턴불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이날 중국어를 섞어가면서 “현대 중국은 1949년 ‘중국 인민들이 일어섰다’는 말과 함께 건설됐다. 이는 주권에 대한 주장이었고, 자부심에 대한 주장이었다”며 “우리도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이 일어선다’고 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위협에 물러설 뜻이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턴불 총리가 중국어로 한 말은 1949년 10월1일 마오쩌둥이 천안문광장에서 했다는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오스트레일리아를 지목하면서 “중국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상호 신뢰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한 것에 응수한 것이다.

양국의 설전은 지난달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2003년 이후 처음 발간한 외교백서로 촉발됐다. 백서에는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언급과 함께 중국이 영토 분쟁에 관해 호전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미국에 대해서는 아시아와 관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와 언론에서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5일 턴불 총리가 “오스트레일리아 정치에 영향을 주려는 외국의 교묘한 시도가 있다”며 정당에 외국인이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로비 단체에 대한 외국인의 기부도 제한할 방침이라고 했다. 미국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이런 조처의 배경으로 설명했으나, 중국을 겨냥한 조처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이란 출신인 노동당의 샘 다스티아리 상원의원이 중국계 기업가한테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서다. 다스티아리 의원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소속 정당의 입장과는 상반되게 “중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수년간 중국 정부 관련 기관과 개인이 오스트레일리아 정치권에 낸 기부금은 670만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55억원)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수입·수출 모두 오스트레일리아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양국은 외교 문제에 대해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 반대편에 서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사업인 ‘일대일로’ 사업에도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중국의 강경 대응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지 언론인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일각에서 중국의 무역 보복을 전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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