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04 14:47
수정 : 2017.10.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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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굴제국 시대 건축물이자 인도를 대표하는 유적인 타지마할.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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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지원 한푼도 못받아
힌두 민족주의 성향 정부 들어선뒤
‘무슬림 침략자’ 건축물로 공격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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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굴제국 시대 건축물이자 인도를 대표하는 유적인 타지마할.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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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대표하는 유적중 한곳인 타지마할이 힌두 극단주의 세력의 ‘냉대’를 받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인도 아그라 남쪽 자무나 강가에 자리한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황제인 샤 자한(재위 1628~1658)이 왕비 뭄타즈 마할을 애도하며 22년에 걸쳐 지었다는 대리석 궁전 형식의 묘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이며 인도를 대표하는 이슬람 건축이다.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건물로 유명한 이 유적은 최근 관객수가 줄고 오염 때문에 대리석이 누렇게 변색되는 등 본모습을 잃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힌두 민족주의 정부가 들어선 뒤 타지마할에 대한 지원금 삭감 등의 조처에 나섰는데, ‘타지마할이 무슬림 침략자의 건축’이라는 힌두 극단주의 견해 때문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타지마할이 위치한 우타르프라데시주 정부는 지난주 배포한 공식 관광 안내서에서 타지마할을 아예 빼버렸다. 또 내년 예산에서는 주정부 문화유적 관련 예산을 타지마할에 한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인구 2억명으로 인도 최대주인 우타르프라데시에는 올해 유명 힌두교 사제 출신의 요기 아디트야나트가 주 총리로 임명됐다. 힌두 극단주의 성향으로 유명한 아디트야나트 주총리는 대중집회에서 “타지마할은 인도 문화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하는 등 공개적으로 타지마할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혀왔다.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정책에 대해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의 아비세크 마누 싱비 대변인은 “타지마할이 빠진 관광 안내책자는 덴마크 왕자 햄릿이 빠진 <햄릿>”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2일 기자회견에서 “관광안내서에서 타지마할이 빠진 것은 한편으로는 농담이고 한편으로는 비극이다”라면서 “이번 조처는 완전히 잘못된 명백한 종교적 편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타르파라데시 대변인은 주정부는 주정부 문화예산과 별도로 세계은행의 예산지원을 받아 타지마할의 새로운 출입문과 미화, 주차시설 공사비로 2200만달러를 배정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정부 총리 대변인은 “타지마할은 세계 7대 불가사의이며, 우타르프라데시는 물론 전 인도의 주요한 시설”이라면서 “타지마할은 우리 관광정책의 중심으로 남겠지만, 우리가 특화하려는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있다”고 해명했다.
타지마할을 찾는 관광객은 2012년 74만3천명에서 2015년 48만명으로 감소했는데, 이 기간 동안 특히 인도 국내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고 당국은 밝혔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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