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03 16:43
수정 : 2017.09.0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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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각) 미얀마 정부군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떠나는 한 로힝야족 남성이 노인을 배에 태우려 하고 있다. 라카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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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로힝야 반군 경찰서 습격 이후
정부군 피해 7만3000명 방글라데시로
수치는 군부·불교 극단주의자 ‘눈치’
이슬람국 “수치 노벨평화상 박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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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각) 미얀마 정부군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떠나는 한 로힝야족 남성이 노인을 배에 태우려 하고 있다. 라카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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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실권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한테 넘어간 지도 2년이 흘렀으나, 2012년 유엔이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으로 꼽은 로힝야족의 수난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이후 7만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정부군과 불교도의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미얀마 정부와 수치 국가자문역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 국가에서는 수치의 노벨평화상 박탈을 촉구하고 있다.
3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을 보면,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달 25일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 초소 30곳을 습격해 정부군-반군 유혈 충돌이 재개된 이후,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캠프로 도망친 로힝야족이 7만3000명 정도라고 추산한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또다른 난민 2만여명이 국경 인근 나프강으로 밀려들었다. 국제기구들은 이곳 난민들이 익사와 질병, 독사의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31일 방글라데시 정부는 나프강에서 로힝야족 난민선 세 척이 전복돼 어린이와 여성 등 26명이 숨졌다고 밝힌 바 있다.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의 습격으로 경찰 10여명과 반군 등 총 110여명이 숨진 이후 성난 정부군과 불교도들이 로힝야족 거주지인 라카인주로 몰려와 방화·살인·성폭행을 저지르고 있다. 탈출에 성공한 난민들은 반군도 살인과 방화를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공개한 한 로힝야 마을 위성사진을 보면, 700여개 주택이 불타 허물어졌다.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부국장은 “25일 아침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최대 파괴가 자행됐는데, 완전하고 총체적(인 파괴)이다. 마을 건물의 99% 정도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는 서부 해안가 방글라데시 국경 인근 라카인주를 중심으로 100만명 이상의 무슬림 로힝야족이 살고 있다. 역사가들은 12세기 초부터 이 지역에 로힝야족이 거주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영국이 1824~1948년 미얀마를 인도와 묶어 식민지배한 것을 계기로 로힝야족에 대한 노골적 탄압이 시작됐다. 영국은 인도인들과 방글라데시인들을 미얀마로 이주시켰다. 이를 못마땅해한 미얀마인들은 독립 이후 로힝야족까지 한데 묶어 불법 이민자로 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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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은 1948년 미얀마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135개 공식 인종 그룹에서 배제됐다. 그때만 해도 여러 세대에 걸쳐 미얀마에 거주한 경우 시민권이나 최소한 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1962년 군사쿠데타 이후엔 로힝야족에게 외국인 신분증만 발급해 취업·교육 기회를 크게 제약했다. 1982년 새 시민법이 통과된 이후엔 1948년 이전부터 미얀마에 거주했으며 미얀마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서류로 증명하면 신분증을 발급해줬다. <알자지라>는 “로힝야족에게 서류작업은 불가능하거나 불허되는 일”이라며 로힝야족을 손쉽게 무국적자로 만든 조처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지난해 10월 로힝야 무장세력이 배후로 지목된 경찰 초소 습격 이후 무장세력 토벌을 명분으로 다시금 탄압이 본격화됐다. 미얀마군이 이 과정에서 민간인에 대해 학살·방화·성폭행·고문을 자행했고, 유엔과 인권단체는 ‘인종청소’ 시도라고 비판했다. 지난해에도 로힝야족 7만5000여명이 방글라데시로 도망쳤는데, 그 긴장이 해소되기 전인 지난달 25일 다시 반군의 경찰 초소 습격 사건이 터졌다.
미얀마 민주화 및 인권운동을 이끈 공로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수치는 2015년 11월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집권했으나 로힝야의 비극을 방관하고 있다. 의회 의석 4분의 1과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군부는 물론 불교 극단주의 세력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탓이다. 수치는 지난 4월 <비비시> 인터뷰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인종청소라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본다”며 정부군을 두둔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교도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2일 자카르타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로힝야족 학살 반대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로힝야족에 대한 잔혹 행위를 묵인한 수치에 대해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수치는 버마(미얀마)의 폭력과 고통에 저항해 언제 발언할 것인가?”라는 사설을 통해 수치의 침묵을 비판했다. 신문은 “지금이 바로 그녀가 인권과 민주주의 챔피언(노벨평화상 수상)으로서 자신의 약속을 실행해야 할 때”라며 “지금이야말로 로힝야를 포용하는 장기적 화해 조처를 포함한 행동을 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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