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28 15:30
수정 : 2017.08.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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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성들의 ‘신부’로 팔려갔던 인신매매 피해 베트남 여성들이 구출돼 베트남으로 송환되기 위해 베트남-중국 국경에서 기다리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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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선호’ 극심한 중국, 결혼적령기 남성 3천만명 신부 못 찾아
베트남·라오스 등 주변국 소녀들 인신매매 조직에 잇따라 납치
페이스북 등으로 유혹…2012년 구출된 피해자만 128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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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성들의 ‘신부’로 팔려갔던 인신매매 피해 베트남 여성들이 구출돼 베트남으로 송환되기 위해 베트남-중국 국경에서 기다리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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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북부 산악지역에서 소녀들이 잇따라 실종되고 있다. 한해 수천명이 중국에 ‘신부’로 팔려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스북 등 인터넷이 인신매매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하순 중국 국경과 가까운 베트남 북서부 사파의 산악지역에 살고 있는 몽족 소녀 껌(16)은 페이스북으로 만난 ‘남자친구’의 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집을 나섰다. 껌은 남자친구의 동생 빈이 사준 맥주를 마신 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낯선 남자의 오토바이에 탄 채 정글을 달리고 있었고, 중국어로 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겁에 질린 껌이 휴대전화를 꺼내 언니에게 전화를 걸자, 낯선 남자가 전화를 뺏고 목에 칼을 들이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26일 보도한 동남아 일대에서 인신매매돼 중국 남자들에게 팔려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다. 중국은 1970년대 말부터 한자녀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남아선호 사상으로 여아 낙태가 계속돼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극심한 ‘남초’ 국가가 됐다. 2020년에는 결혼적령기 남성중 3천만명이 국내에선 신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농촌 등 빈곤 지역 남성,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 있는 남성들은 아예 3만~8만위안(500만원~1350만원)의 돈을 내고 주변국가에서 신부를 ‘구입한다.’ 중국의 극심한 남초 현상이 주변 국가 소녀들을 비극에 빠뜨리는 ‘블랙홀’이 된 셈이다.
중국으로 인신매매되는 주변국 여성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가디언>은 베트남 북부 사파의 라오차이 지역에서만 6월에 18명의 소녀들이 중국에서 팔려갔다 발견돼 되돌아왔다고 전했다. 2012년 한해에만 중국 당국이 구출해 송환한 인신매매된 ‘신부’만 해도 1281명인데 대부분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소녀다. 지난해에는 35살 중국인 남성에게 팔린 12살 베트남 소녀가 임신한 채로 병원에 진단을 받으러 왔다가 발견돼 국제적인 분노가 일었다.
소수민족들이 많이 사는 베트남 북부 산악지역은 이 나라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이다. 인신매매 조직들은 사춘기 소녀들을 꼬시거나, 아니면 이 지역 남자 아이들에게 돈을 주고 소녀들을 유인하도록 시킨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친구를 사귄 뒤 국경지역으로 데려다주면 돈을 준다는 말에 소녀들을 유인한다. 많은 소년들은 대부분 새 휴대전화나 옷을 사고 싶은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해 별다른 죄책감 없이 인신매매에 동원된다.
베트남 등에서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인신매매의 새로운 창구다. 9천5백만 베트남 인구중 4천8백만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빈곤한 지역에서 사춘기 아이들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접속해 바깥의 화려한 세계를 동경한다. 페이스북에서 만난 ‘남자친구’는 실제로는 인신매매 조직원이거나 인신매매 조직의 돈을 받고 소녀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의 가난한 농촌지역으로 팔려간 소녀들은 노예처럼 일하고, 성적으로 학대 당하고, 아이를 낳는다. 가족들과는 영영 연락도 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운좋게 구출돼 돌아온다고 해도 ‘중국 애’라는 낙인이 찍혀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엉(43)의 딸 티엔(15)은 2년 전 실종됐다. 가족들끼리도 잘 알고 지내던 티엔의 친구 가족이 공모해, 13살의 티엔에게 옷을 사러 가자고 꾀어내 인신매매 조직에 팔아넘겼다. 티엔은 장애인인 30살 남성에 팔려, 남성의 가족들에게 얻어맞고 학대 당했다. 하지만 스엉은 6개월 동안 포기하지 않고 찾아헤맨 끝에 딸을 구출했다. 스엉은 이제 마을을 돌면서 인신매매의 심각성을 알리고 부모와 소녀들이 주의할 점들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는 활동가로 변신했다. 집안의 땅을 팔아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돕는 센터도 만들었다.
티엔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견디며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구출된 많은 소녀들이 사회적 낙인을 견디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의 학교로 옮기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티엔은 기자가 되고 싶다며, “공부를 해 다른 여자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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