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27 14:50
수정 : 2017.08.2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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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람 라힘 싱이 만든 영화 <신의 메신저>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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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 싱, 여신도 성폭행 혐의 유죄 선고
메신저 자처, 영화배우·스포츠맨으로도 활약
선고 앞두고 모인 20만명 ‘무죄’ 외치며 폭동
방화·총격 37명 사망·250명 부상·2500명 체포
추종자 수백만명…‘구루’ 둘러싼 폭동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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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람 라힘 싱이 만든 영화 <신의 메신저>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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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감독, 만능 스포츠맨, 사회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과 취향을 과시해온 인도의 ‘스타급’ 종교 지도자에 대한 성폭행 혐의 유죄 선고가 37명이 사망하는 폭동으로 번졌다.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 판츠쿨라 법원은 25일, 15년 전 여성 신도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힌두교 계열 종교 집단 ‘데라 사차 사우다’의 지도자 람 라힘 싱(50)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며칠 전부터 판츠쿨라에 집결한 20만여명의 추종자들 중 일부가 선고 직후 폭동을 일으켜 정부 건물과 차량을 파괴하고 방화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에 이어 실탄으로 대응했다. 27일 현재 3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250명이 다치고 2500여명이 체포됐다.
인도 정부는 군병력 5000여명을 투입하고 열차 운행과 인터넷을 차단해 도시를 봉쇄했다. 남쪽으로 240㎞ 떨어진 수도 뉴델리에서도 싱의 추종자들이 버스 한 대와 열차 객차 두 량에 불을 질렀다. 하리아나 주정부는 시르사에 있는 ‘데라 사차 사우다’의 본거지도 군 병력으로 봉쇄했다. 학교·병원·극장 등이 있고 신도 수만명이 머무는 이곳에서도 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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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군경이 25일 판츠쿨라에서 람 라힘 싱 추종자들의 폭동을 진압하고 있다. 판츠쿨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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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창설된 ‘데라 사차 사우다’를 90년부터 이끌어온 싱은 ‘괴짜 성직자’다. 3편의 영화를 만들고 출연한 그는 트위터에 직업을 “정신적 성인, 자선 사업가, 올라운드 스포츠맨, 영화감독, 배우, 예술감독, 음악감독, 작가, 작사가, 자서전 작가, 촬영감독”이라고 적었다. 수염을 무성하게 기르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록스타처럼, 때로는 성인처럼 행동해왔다. ‘가장 큰 야채 모자이크’ 등 57개의 ‘세계 기록’을 보유했다고 내세운다. 영화 <신의 메신저>에서는 춤추고 노래하면서 기적을 행하고 악당을 응징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싱이 이끄는 집단은 “인도주의적이고 이타적인 헌신을 실천하고 설파하는 사회복지 및 영적 조직”을 표방한다. 헌혈 운동과 여아 낙태 방지 등 133건의 사회사업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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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라힘 싱이 지난 5월 뉴델리에서 자신이 만든 영화 개봉 행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뉴델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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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싱에게는 시크교도 폭행 사주, ‘데라 사차 사우다’를 취재하는 기자 살해 교사, 성폭행 혐의가 따라다녔다. 2015년에는 신에게 가까워질 수 있다며 남성 신도 400여명에게 거세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폭동은 일단락됐지만, 인도 정부는 28일 형량 선고를 앞두고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추종자가 수백만명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5000만명의 추종자가 있다고 내세우는 ‘데라 사차 사우다’는 싱에 대한 처벌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싱은 많은 추종자와 부를 이용해 인도 정치에도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선고 공판에 출석할 때는 차량 100여대가 호위했다. 하리아나 주정부는 법정구속된 그를 구출하려고 추종자들이 몰려올 가능성에 대비해 싱을 군 헬리콥터로 다른 도시 수감시설에 보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7일 “인도는 마하트마 간디와 붓다(부처)의 나라다. 어떤 폭력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종교의 나라’ 인도에서는 영적 지도자(구루)를 둘러싼 대형 폭력사태가 종종 발생한다. 2007년에는 싱 추종자들과 시크교도들이 충돌해 3명이 숨졌다. 2014년에는 경찰이 종교 지도자 람팔을 살인 혐의로 체포하려는 과정에서 신도 1만5000여명이 맞서다 6명이 사망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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