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21 16:17
수정 : 2017.08.2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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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사고가 발생한 직후의 존 매케인호. 왼쪽 선미 근처에 사고로 파손된 듯한 모습이 보인다. 사진 제공: 말레이시아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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믈라카해협서 유조선과 충돌 10명 실종·5명 부상
6월에는 컨테이너선 충돌로 7명 사망…함장 해임
도쿄만 좌초·동해 어선 충돌…올해 네번째 사고
북핵·남중국해 대응 첨단 이지스함 사고 빈발
미 언론 “최첨단 레이더 갖고도 이런 사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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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사고가 발생한 직후의 존 매케인호. 왼쪽 선미 근처에 사고로 파손된 듯한 모습이 보인다. 사진 제공: 말레이시아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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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이 충돌 사고로 승조원 7명을 잃은 지 두 달 만에 또 다른 구축함이 믈라카해협에서 유조선과 충돌해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부상했다. 올해 들어서만 태평양 지역에서 네 번째 이지스함 사고가 발생해 미국 해군에 비상이 걸렸다.
<에이피>(AP) 통신은 현지시각 21일 새벽 5시24분에 싱가포르항으로 향하던 미군 이지스 구축함 존 매케인호가 항구 동쪽에서 유조선과 충돌해 선미 부분이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승조원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이날 오후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8300t급 존 매케인호와 충돌한 3만t급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알닉호는 선체가 일부 파손됐지만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만에서 1만2천t의 석유제품을 싣고 역시 싱가포르항에 입항하려던 알닉호에서 기름은 유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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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주변 해역에 있던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호에서 오스프리기와 헬리콥터를 띄워 실종자 수색 작업에 나섰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도 함정과 비행기를 급파했다. 1994년 취역한 존 매케인호는 291명이 탑승한 전함이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믈라카해협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해협으로 해상 운송과 군사 분야에서 요충으로 꼽힌다. 가장 좁은 폭은 2.8㎞에 불과하지만 동아시아를 오가는 유조선이 대부분 이곳을 통과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붐비는 이 해협에서는 해적 활동도 활발하다.
존 매케인호는 1·2차 대전과 베트남전에 해군 제독으로 참전한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이름을 딴 전함이다. 매케인 의원은 사고 직후 “승조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우 나쁜 소식”이라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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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 충돌 사고로 우현이 파손된 피츠제럴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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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에는 미군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호가 일본 시즈오카현 인근 해상에서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선체가 크게 파손되고 승조원 7명이 사망했다. 피츠제럴드호도 존 매케인호처럼 일본 요코스카가 모항인 7함대 소속이다. 7함대는 한반도도 담당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주에 피츠제럴드호 사고와 관련해 항해 미숙 등 과실을 이유로 함장을 비롯한 지휘관들을 해임했다.
이번 사고는 올 들어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미군의 4번째 이지스함 사고다. 1월에는 이지스 순양함 앤티텀호가 일본 도쿄만에서 좌초하면서 프로펠러가 부서지고 연료 4200리터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함장이 해임됐다. 5월에는 북핵 위기 고조로 파견된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호위하던 이지스 순양함 레이크섐플레인호가 동해에서 한국 어선과 가벼운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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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일본 도쿄만에서 좌초 사고가 난 미국 해군 이지스 순양함 앤티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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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은 북한과의 대치가 이어지고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맞서는 상황에서 핵심 전력인 첨단 이지스함에서 사고가 빈발하는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에 사고가 난 존 매케인호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에 접근하며 무력시위를 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싱가포르에 입항하는 길이었다. 이지스함은 자체적으로 200여개의 원거리 목표 탐지와 대공·대잠·대함 동시공격 능력을 갖춰 미국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탄도미사일 탐지·요격 능력도 지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카드로 홍보돼왔다. 7함대는 이지스함 14척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시엔엔>(CNN)은 “어떻게 다중 레이더와 통신 시스템을 갖추고 함교에서 전방위 관측이 가능한 구축함이 느리게 움직이는 거대한 유조선을 탐지하고 피할 수 없었냐”는 군사 전문가의 의문을 전했다. 일부 언론은 해군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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