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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31 16:21 수정 : 2017.07.31 19:27

아프간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내 이름은 어디에’ 캠페인. <뉴욕타임스> 갈무리

부인·어머니 등 공개적으로 여성 이름 언급 금기
부족 관습에 근거한 뿌리 깊은 여성 혐오에 맞서
온라인 중심으로 여성 이름 찾기 캠페인 확산

아프간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내 이름은 어디에’ 캠페인. <뉴욕타임스> 갈무리
‘#내 이름은 어디에?’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소셜미디어에 확산되고 있는 캠페인이다.

아프간에선 공개적으로 남성들이 부인이나 어머니, 누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금기다. 부인을 언급해야 할 땐, 누구 엄마, 우리 집사람, 나의 약한 사람, 내 염소, 내 아기 등으로 부른다. 여성들은 보통 아줌마로 불린다. 의사의 처방 전에서마저 여성의 이름은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 어린 소년들마저 누군가가 자신의 어머니나 누이의 이름을 부르면 명예가 더럽혀졌다며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뿌리 깊은 이 관습을 깨기 위한 젊은 여성들의 캠페인이 최근 시작됐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남성들의 금기에 도전하는 동시에 여성들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되찾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캠페인의 지지자인 바하르 소하일리는 “아프간 여성들이 왜 자신들의 정체성이 부정당해 왔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하려는 하나의 기폭제”라고 말했다.

아프간 서부 헤라트 외곽에서 소규모로 시작된 이 운동은 유명인사들이나 정부 관리들이 아내, 어머니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촉구하는 등으로 확산됐고, 이제는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토크쇼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일부 의원, 고위 관료, 예술가들은 지지의 의미로 아내나 어머니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명 가수인 파르하드 다르야는 지난 10여년 동안 콘서트나 인터뷰에서 어머니와 아내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어떤 곤경에 처했었는지에 대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내가 어머니와 아내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남성들은 내가 겁쟁이 중의 겁쟁이이며 아프간의 명예나 전통에 대해 무지한 놈이라고 여기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곤 했다.”

물론 이 캠페인이 아프간의 가치에 위배된다는 비난도 있고, 반면 이 운동이 현실을 바꾸기에는 너무 나약하다는 냉소도 있다.

이 운동을 반대하는 청년조직의 지도자인 모다세르 이슬라미는 페이스북 글에서 “나의 어머니, 누이, 아내의 이름은 그들의 머리수건처럼 신청한 것이며, 명예의 징표”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캠페인은 소수 특권층의 것이며, 남성과 여성을 대립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학자들은 ‘여성 이름 부정’은 아프간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의 상징이라고 설명한다. 아프간 사회학자인 하산 리자이는 이 관습은 종교나 문화가 아닌 부족의 관습에서 온 것이라며, “부족의 논리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소유권이다. 여성의 신체가 한 남성에게 속해 있으면, 다른 남성은 그 여성의 몸을 간접적으로라도 이용할 수 없다. 그녀를 쳐다보는 것도 안된다. 이 논리에 따르면 한 여성의 신체, 얼굴, 이름은 한 남성의 소유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뿌리 깊은 관습을 뒤집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교육의 변화, 부족 문화의 약화, 언론 등을 통한 인식 변화 등 장기적인 문화적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헤라트 지역위원회의 여성 위원인 소마이아 라미시는 최근 발표한 글에서 “오랜 역사동안 여성은 체계적으로 지워져 남성들의 관계로만 축소되었다”며 “아이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오지만 유아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어떤 문서에서도 어머니의 이름과 이 아이의 관계는 기록되지 않는다”며 “여성의 이름은 법적으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아흐마드의 어머니, 마흐무드의 어머니 식으로 아이의 어머니로만 기록된다”고 말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3년 전 취임식에서 아내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이었다. 당시 연설에서 가니 대통령은 레바논 출신의 전직 언론인인 아내 룰라의 아프간식 이름인 ‘비비 굴’을 부르며, “그녀가 나와 아프간에 대해 보내준 계속적인 지지에 감사한다”고 발했다. 대통령 부인 룰라 가니는 전직 대통령 부인들보다 훨씬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남편의 지방 순시에 동행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프간 현실을 바꾸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캠페인을 지지한다는 한 남성이 올린 다음과 같은 글은 상징적이다. “나는 #내 이름은 어디에 동참했다” 내 이름은 아크람이다. 내 아이들 엄마의 이름은? 나는 내 몸이 갈갈이 찢겨도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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