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18 19:30
수정 : 2017.06.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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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들. 파키스탄 당국은 이들의 이름이 리징양(24), 멍리쓰(26)라고 밝혔으나 중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성과 이름을 구분하지 않아 확실치 않다. 웨이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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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소속 어학원장 가족 기독교 선교혐의로 구속
현지 경찰 “한국인 가족이 선교를 위해 중국인들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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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들. 파키스탄 당국은 이들의 이름이 리징양(24), 멍리쓰(26)라고 밝혔으나 중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성과 이름을 구분하지 않아 확실치 않다. 웨이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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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남부 퀘타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살해된 20대 중국인 2명이 속한 어학원을 설립·운영한 한국인과 그 가족이 파키스탄 당국에 구금돼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일간 <돈(DAWN)>은 이 한국인이 2011년부터 퀘타에서 거주해왔으며, 경찰은 그가 사업비자로 입국해 현지에서 ARK인포테크라는 업체와 어학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독교 선교활동을 숨기기 위해 이들 사업체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지난 12일 그와 그의 가족을 구금해 수사중이라고 18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이 한국인 어학원장이 피살된 중국인 리징양(24)와 멍리쓰(26) 등을 비롯한 중국인 13명을 지난해 11월∼올해 1월 파키스탄에 입국하도록 한 뒤 현지어인 우르두어를 가르쳤다고 전했다. 퀘타 경찰 간부 압둘 라자크 치마는 “이들 한국인 가족이 선교를 위해 중국인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며 “이들 중국인과 접촉하거나 그들로부터 문제 메시지나 전화를 받은 현지 주민 50여명은 모두 이들이 선교활동을 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치마는 또 이 한국인 원장이 중국인들에게 각각 한달에 3만∼3만5천 파키스탄루피(32만∼38만원)를 생활비로 지급했다면서 "“당국은 이 돈의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한국인의 수입원이 알려져 있지 않고 그의 사업체도 그가 파키스탄에 머물기 위한 구실이었을 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파키스탄 당국은 외국인이 비자 규정을 어기고 선교하다 적발되면 해당자를 추방하는 것으로 종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외화밀반입 등 다른 혐의가 드러나면 별도 사법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징양 등 중국인 2명은 지난달 24일 퀘타의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무장괴한에 납치됐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달 8일 자신들이 리씨 등을 납치, 살해했다고 선전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밝혔다. 현지 경찰은 이번 납치가 벌어지기 전 이들 중국인들에게 안전을 위한 경호를 제안했으나 이들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최근 리징양 등이 “한국 종교단체에 이용당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납치돼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는 중국인 2명과 동행했던 중국인 10여명은 한국의 관련 종교 단체에 이용당해 당시 불법적 선교 활동에 종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매체들이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선교 활동을 해왔다고 보도해왔지만, 정부 당국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민희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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