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28 17:26
수정 : 2016.11.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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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폰 아둔야뎃 타이 국왕이 서거한 지 40여일이 지난 24일 오전 타이 수도 방콕의 왕궁 앞 사남루앙 광장에 차려진 장례식장에 시민들이 조의를 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외교부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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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르포] 거리 곳곳에 푸미폰 국왕 사진과 추모글 걸려
장례식장 앞 사남루앙 광장에 하루 3만여 추모객 몰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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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폰 아둔야뎃 타이 국왕이 서거한 지 40여일이 지난 24일 오전 타이 수도 방콕의 왕궁 앞 사남루앙 광장에 차려진 장례식장에 시민들이 조의를 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외교부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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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폰 아둔야뎃 타이 국왕이 숨진 지 40여일이 지났지만, 타이의 거리는 여전히 애도의 물결로 출렁였다. 수도 방콕 거리 곳곳의 담장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리본이 드리워져 있고, 푸미폰 국왕의 생전 사진과 ‘말씀’, 그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글귀가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을 끌었다.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는 24일 오전 푸미폰 국왕 장례식장 앞 사남루앙 광장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조문 행렬이 늘어서 있었다. 꼬박 이틀을 기다려 추모를 한 사람도 있다고 타이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국왕이 서거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하루 평균 2만5000명에서 3만명 정도가 추모의 마음을 표하려고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장례식장 안에는 천막도 늘어서 있다. 추모객들을 위해 자원활동가들이 무료로 식사와 물, 모자 등을 나눠주는 곳이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국수나 만두를 받아 대충 먹고는 다시 기나긴 기다림에 들어갔다.
천막들 가운데는 아세안군의학센터(ACMM)가 운영하는 진료소도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쓰러지거나 발병하는 조문객을 진료하려고 군의학센터 소속 군의관들이 마련한 약 330㎡(100평) 남짓 규모의 시설인데, 이날 오전에는 더위 속 기다림에 지친 노인들이 쉬고 있었다.
타이 정부는 지난달 13일 푸미폰 국왕 서거 뒤 1년을 공식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장례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30일 동안은 조기를 게양하고 축제와 오락 행위를 금지했다. 축제 금지 기간은 풀렸지만 많은 시민들은 여전히 검은 옷, 흰 옷을 입거나 검은색 리본을 달고 다닌다.
방콕 시내의 한 분향소 앞에서 만난 포티(26)는 “국왕 서거 이후 온 가게의 검은 옷이 모두 동나기도 했다”고 추모 열기를 전했다. 방콕 시내에는 지금도 쇼핑몰, 호텔, 식당, 거리 등 곳곳에 푸미폰 국왕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타이에서는 검은 옷을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옷을 가져가면 검은 색으로 물들여주는 ‘나염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타이 경찰청 관계자는 “국왕 서거 후 첫달에 범죄율이 낮아졌다”며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현재로선 나쁜 사람이건 좋은 사람이건 우리는 슬픈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푸미폰 국왕은 1949년부터 70년간 재위해 세계 최장 군주로 기록된 인물이다. 즉위 이후 19차례의 쿠데타를 겪는 등 끊이지 않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타이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타이에서는 ‘살아있는 신’으로 불려왔다. 군부 쿠데타 당시 군부의 인권 탄압을 묵인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다만, 현대 국가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민들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타이 왕위는 와치랄롱꼰(64) 왕세자가 승계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사랑과 신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의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을 듯하다.
방콕/김지은 기자, 외교부공동취재단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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