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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20 19:13 수정 : 2016.10.20 21:21

말 시민운동가 ‘마리아 친 압둘라’
출국금지로 154일만에 자국서 수상
선거제도 개혁 시민운동 이끌어
5·18재단, 베르시2.0과 현지 워크숍도
“살해 협박에도 변화 위해 싸울터”

마리아 친 압둘라(왼쪽 둘째) 베르시2.0 대표가 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광주인권상을 받은 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맨 오른쪽)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변화를 위해 싸울 것이다.”

말레이시아 시민사회 연합기구 ‘베르시’2.0의 대표 마리아 친 압둘라(60)는 19일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광주인권상 상패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5월18일 광주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 나갔으나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말레이시아 총리의 ‘거대한 부패’를 폭로하고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주도한 베르시2.0의 대표인 그에게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5·18기념재단은 이날 열린 ‘인권활동가 초청 지역 워크숍’에서 154일 만에 상과 상패를 전달했다. 마리아 친 압둘라 대표는 “내가 출국금지된 이유는 광주인권상 수상밖에 없다. 정부의 출국금지 조처로 말레이시아 인권 상황이 널리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김양래(60) 5·18기념재단 상임이사에게 베르시2.0의 상징이 된 노란색 상의를 전달했다.

이번 지역 워크숍은 5·18기념재단이 말레이시아의 베르시2.0, 수아람 등 2개 시민단체와 힘을 모아 21일까지 열린다. 아시아 10개 나라 인권활동가와 광주인권상 수상자 9명 등 60여명은 각 나라의 인권 탄압 실태를 생생하게 고발하고 진지하게 토론했다. 말레이시아 95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꾸린 베르시2.0은 2005년 출범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펼쳐왔다. 특히 이 단체는 2007년 11월 대규모 시위를 통해 이듬해 총선에서 집권연합의 3분의 2 의석 확보를 저지하는 등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활동가들과 야당 인사들은 여전히 악법과 정부의 각종 탄압에 직면하고 있다. 마리아 친 압둘라 대표는 “최근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나와 세 아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성 합성사진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리아 친 압둘라 대표는 20일 누군가 아들의 승용차에 페인트로 글씨를 써놓는 등 테러 위협에 직면해 경찰서에서 진술을 하느라 둘째 날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를 걱정하던 참석자들은 워크숍이 끝난 뒤 경찰서를 찾아가 테러 위협을 규탄했다.

이번 워크숍은 헌법·제도·선거 개혁과 인권 등을 테마로 말레이시아·필리핀·동티모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알리고 토론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인도네시아 한 활동가는 30년 독재정권이 붕괴된 뒤 시민중심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광주인권상 수상자들도 서남아시아 등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인권 탄압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들은 내전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실종돼 ‘죽은 인권의 사회’로 알려진 스리랑카 현지 상황과 독재정권의 탄압이 여전한 방글라데시가 처한 어려움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서로 여건은 다르지만 투쟁의 열정과 사연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연대하자”고 다짐했다.

인권 탄압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 국가의 인권활동가들에게 광주는 “희망을 주는 빛”이다. 5·18기념재단 해외인턴으로 홍콩 아시아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정일신(37)씨는 “이들 나라에선 국가폭력뿐 아니라 종교갈등으로 인한 내전, 여성·이주노동자·어린이 차별, 다국적기업의 횡포 등으로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가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고 5·1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광주는 그들에겐 부럽고 모범적인 역사”라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 기간 중 참석자들은 80년 5월 이후 광주와 전국에서 참여한 진상규명 투쟁의 역사를 다룬 5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인도의 인권 변호사 바블루 로이통밤(43)은 “정부군의 반인권적 행태에 항의하기 위해 최근까지 무려 16년 동안 단식투쟁을 했던 인권운동가 이롬 샤르밀라(43·2007년 광주인권상 수상자)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며 “광주인권상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줬고, 상금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은 아시아 인권 실태에 관심을 갖는 방식으로 연대를 실천하고 있다. 김양래 상임이사는 “80년 5월 광주는 고립을 경험했다. 이젠 광주가 아시아 국가의 열악한 인권단체와 손을 잡고 연대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네팔(4월), 스리랑카(8월), 타이(9월)에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인권 활동가 초청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5·18기념재단은 오는 12월 인도에서 올해 마지막 워크숍을 연다. 5·18기념재단은 올해 아시아 7개 인권단체에 2만5천달러를 기부했다.

방글라데시 인권단체 오디카르를 이끄는 아딜 라만 칸(55·2014년 광주인권상 수상자)은 “정부 탄압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 광주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광주는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지역 워크숍을 매개로 다른 나라 활동가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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