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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9 19:17 수정 : 2005.10.10 02:58

8일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이 강타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0층짜리 아파트 건물이 무너져 콘크리트 잔해들이 켜켜이 쌓인 현장 주변에서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P 연합

파키스탄 최악 지진

“카슈미르에서만 어림잡아도 3만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도시와 마을들이 완전히 파괴됐다.”

지난 8일 아침 강진이 몰아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타리크 파루크 노동통신장관은 9일 <아에프페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서 파키스탄 당국은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라며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적어도 1만8천명이라고 밝혔었다.

파루크 장관은 카슈미르의 무자파라바드에선 3천명이 숨졌고,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40㎞ 떨어진 바그에서는 6천~7천명이 숨졌다. 그는 특히 바그 지역의 자글라리, 쿠팔가르, 하리갈 같은 마을에선 생존자가 한 명도 없다고 말하면서 목이 메었다. 파이살 하야트 카슈미르 담당 장관은 카슈미르 240만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죽거나 다치거나 집을 잃었다고 말했다.

일부 마을선 생존자 전무
병원도 와르르 환자 아비규환
여학교 1곳서만 주검 250여구

최대 피해지역인 파키스탄 북동부 만세라와 말라칸드 지역에선 지진으로 건물들이 무너지면서 곳곳에서 떼죽음을 당한 주검들이 목격됐다. 만세라의 한 여학교에선 잔해 더미 속에서 250여구의 여학생 주검들이 나왔다.


여진 공포=9일 오후 1시30분께(한국시각 오후 4시30분) 진도 6의 강력한 여진이 일어나는 등 강진 이후 45차례의 여진이 계속돼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이재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최대 지진피해지역에 인접한 아보타바드의 아유브 병원에서는 여진에 따른 병원 건물의 붕괴 위험 때문에 수백명의 부상자들이 옥외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의 한 의사는 “건물에 벌써 금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만세라의 주민 파잘 엘라히는 “심판의 날이 온 것 같았다”며 집이 무너지면서 부인과 동생을 잃은 뒤 숨이 붙어 있는 딸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딸도 숨졌다고 말했다. 만세라 인근 마을에 사는 힐코트도 “마을의 모든 집들이 무너져 내렸다”며 “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아직 잔해 더미에 묻혀 있다”고 울부짖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9일 구조병력과 의료지원팀을 태운 헬기 25대를 카슈미르와 북서부 지역에 보냈다.

카슈미르에선 지진 뒤 폭우까지 쏟아져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비 부족도 구조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카슈미르에선 수만명이 현장에서 구조작업에 나섰지만 불도저 몇대를 빼곤 장비가 없어 막대기와 맨손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들어올리거나 끌어내리고 있지만, 구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이 지역은 폭 100㎞의 지역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건물더미 바다’를 이뤘지만 구조요원들은 촛불을 든 채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매몰돼 있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악조건 속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명의 생존자가 구출되기도 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중류층들이 모여사는 마르갈라타워 붕괴 현장에서는 90여명의 생존자가 구출됐다.

각국 지원 쇄도=남아시아계 시민이 많은 영국은 지진 당일인 8일 구조 전문가들을 포함한 구조팀 60명을 태운 비행기에 이어 긴급 구호용품을 담은 비행기를 현지로 긴급 파견했다. 일본도 9일 재해대처에 능숙한 경찰 및 재난관리당국, 해안경비대 특수인력 50명으로 구성된 긴급 구조팀을 파견했다. 프랑스, 그리스, 스위스 등 다른 유럽국들도 추가 구조팀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에서 이번 참사를 가공할 비극이라고 말하고 “1차 지원작업이 진행중이며 필요시 추가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360만달러의 긴급 복구자금 지원 의사를 밝혔다. 독일은 파키스탄에 5만유로를 지원했다. 아일랜드는 100만달러 지원 뜻을 밝혔으며, 이미 35만달러를 제공한 오스트레일리아는 추가 제공 의사를 전달했다. 잦은 지진피해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온 터키도 구조팀을 현장에 파견하기로 했다. 압둘라 귈 터키 외무장관은 “우리는 모든 종류의 지원을 할 것이다. 우리에겐 그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외신종합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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