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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9 18:32 수정 : 2005.04.29 18:32

종전 30주년 기념일인 30일을 하루 앞두고 호찌민(옛 사이공)시 청년들이 호찌민 전 주석의 초상화가 붙어 있는 옛 남베트남 대통령궁 앞에서 전쟁 당시 북베트남 군복을 입고 행진 연습을 하고 있다. 호찌민/AFP 연합 \

■베트남 종전 30돌

한·중·미와 실용외교…457억달러 외자유입
연 8~9% 성장…빈부격차 심화는 사회문제

30일로 종전 30돌을 맞는 베트남은 요즘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맞서 싸워 이긴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들로 떠들썩하다.

지난 25일 베트남 남부 중심도시 호찌민시(옛 사이공)에선 10여년 동안 150여만명의 베트남인 목숨을 앗아간 전쟁이 종식된 ‘1975년 4월30일’에 태어난 사람들의 합동 생일파티가 열렸다. <비비시방송>은 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사업, 연애, 음악, 자동차 등 세계 여느 곳의 30살 젊은이들과 똑같았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29일부터 4~5일 간의 ‘통일 연휴’에 들어갔다.

1986년 개혁·개방정책(도이모이)을 채택한 이후 날이 갈수록 탄력이 붙고 있는 베트남 경제의 이면에서는, 그러나 빈부 및 도농 격차 등 새로운 사회문제도 잉태되고 있다.

◇ 활력 넘치는 경제= 미국은 이제 적이 아니라 오히려 동경의 대상이다. 대도시의 영어학원들은 심야에도 수강생들로 넘쳐난다. 북베트남군의 근거지였던 맹그로브 늪지대와 땅굴 등은 이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가 돼 있다. 1966~68년 미군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돈 윌리엄(59)은 독일 <데페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초 오토바이로 베트남 북서쪽 여행을 하면서, 베트남인들의 친절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1986년 개혁개방 정책 도입 이후 베트남의 성장세는 놀랍다. 연평균 8~9%에 이른다. 90년대 말 동남아 외환위기 이후에도 7%대다.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1988년 3억7천만달러에서 2004년 457억7천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빈곤율도 떨어졌다. 하루 2달러 미만 생활자가 1990년 87%에서 지난해 53%로 줄었다. 석유 등 풍부한 자원, 인구 8300만의 큰 내수시장, 정부의 적절한 개입 등이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베트남은 올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겠다는 목표로 법·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성장을 떠받치는 또다른 힘은 정치적 안정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서남아팀장은 “지역·정치성향 등에서 안배가 잘 된 현재의 당서기장·대통령·총리 3두체제가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데 핵심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5년 수교한 미국과의 관계가 매끄러운 것만은 아니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대량살포한 고엽제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미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소송은 번번이 기각되고 있다. 지난해 미 국무부는 베트남을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로 지목하기도 했다.

새로 떠오르는 사회문제들= “수도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 최대 정보통신 업체에서 일하는 쭈 티 탄 하(31)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10만달러(약 1억원)짜리 자동차로 출퇴근한다. 점심은 고급 식당에서 먹고, 휴가 때는 미국여행을 간다.”(<에이피통신>)

“호찌민시에서 오토바이 택시 운전을 하는 응우옌 반 뚜안(53)은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빠듯하다. 보통 하루 2달러(2천원) 벌이가 고작이다.”(<데페아통신>)

<에이피통신>은 “1996년에는 부자 10% 수입이 가난한 사람 10% 수입보다 10.6배 더 많았는데, 최근에는 13.5배로 격차가 커졌다”고 전한다.

도시와 농촌간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00년 현재 농촌지역의 빈곤가구(하루 식량 2100Kcal 이하 소비) 비율은 19.7%로 전체 빈곤가구의 90%에 이른다. 경제개발의 초점이 상공업에 맞춰지면서 농업은 점점 저소득 업종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1인당 연평균 국민소득은 450달러이지만, 하노이 주민은 1천달러 안팎, 농촌은 2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은 꿈을 좇아 도시로 향했지만, 이는 오히려 도시의 실업률을 높였다.

부정부패도 심각하다. 홍콩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가 1∼2월 아시아에서 활동중인 외국기업인 9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부정부패지수 10점 만점에 베트남은 8.65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권율 팀장은 “베트남이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고 고도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내저축률 향상, 농촌 발전, 빈부격차 해소 등이 뒷받침돼야 하며, 총고정자산의 70%를 차지하는 국유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외국인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등 경제 개방 조처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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