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30주년 기념일인 30일을 하루 앞두고 호찌민(옛 사이공)시 청년들이 호찌민 전 주석의 초상화가 붙어 있는 옛 남베트남 대통령궁 앞에서 전쟁 당시 북베트남 군복을 입고 행진 연습을 하고 있다. 호찌민/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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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8~9% 성장…빈부격차 심화는 사회문제 30일로 종전 30돌을 맞는 베트남은 요즘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맞서 싸워 이긴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들로 떠들썩하다. 지난 25일 베트남 남부 중심도시 호찌민시(옛 사이공)에선 10여년 동안 150여만명의 베트남인 목숨을 앗아간 전쟁이 종식된 ‘1975년 4월30일’에 태어난 사람들의 합동 생일파티가 열렸다. <비비시방송>은 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사업, 연애, 음악, 자동차 등 세계 여느 곳의 30살 젊은이들과 똑같았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29일부터 4~5일 간의 ‘통일 연휴’에 들어갔다. 1986년 개혁·개방정책(도이모이)을 채택한 이후 날이 갈수록 탄력이 붙고 있는 베트남 경제의 이면에서는, 그러나 빈부 및 도농 격차 등 새로운 사회문제도 잉태되고 있다. ◇ 활력 넘치는 경제= 미국은 이제 적이 아니라 오히려 동경의 대상이다. 대도시의 영어학원들은 심야에도 수강생들로 넘쳐난다. 북베트남군의 근거지였던 맹그로브 늪지대와 땅굴 등은 이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가 돼 있다. 1966~68년 미군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돈 윌리엄(59)은 독일 <데페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초 오토바이로 베트남 북서쪽 여행을 하면서, 베트남인들의 친절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1986년 개혁개방 정책 도입 이후 베트남의 성장세는 놀랍다. 연평균 8~9%에 이른다. 90년대 말 동남아 외환위기 이후에도 7%대다.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1988년 3억7천만달러에서 2004년 457억7천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빈곤율도 떨어졌다. 하루 2달러 미만 생활자가 1990년 87%에서 지난해 53%로 줄었다. 석유 등 풍부한 자원, 인구 8300만의 큰 내수시장, 정부의 적절한 개입 등이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베트남은 올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겠다는 목표로 법·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성장을 떠받치는 또다른 힘은 정치적 안정이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서남아팀장은 “지역·정치성향 등에서 안배가 잘 된 현재의 당서기장·대통령·총리 3두체제가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데 핵심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5년 수교한 미국과의 관계가 매끄러운 것만은 아니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대량살포한 고엽제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미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소송은 번번이 기각되고 있다. 지난해 미 국무부는 베트남을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로 지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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