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지역 지진해일 이재민들에게 구호물자를 공수하던 미 해군 소속 씨호크 헬기 1대가 반다아체 군기지를 이륙한 뒤 몇분 만에 근처 논바닥에 추락하자 긴급출동한 미군과 인도네시아군이 사고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이 사고로 미군 4명이 가볍게 다쳤으며, 미군은 헬기 공수작전을 잠정중단했다. 반다 아체/AFP 연합 남아시아 대재앙 지진해일 생조자 고립속 코코넛 연명
“구호품 전달 더 늦으면 죽는다” 비명
파리클럽, 패해국 채무상환 유예 합의 해일이 휩쓸고 지나간 뒤 2주가 지나고 전세계가 약속한 지원금 규모도 4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피해지역의 많은 생존자들은 여전히 구조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가장 피해가 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아체주에서는 정부와 아체 분리주의자들의 갈등으로 지원활동의 어려움도 커져가고 있다. ◇ 코코넛으로 연명=이미 10만4000여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아체에서는 서쪽 해안선을 따라 많은 지역들이 길이 끊긴 채 고립돼 있으며, 구조 헬기들이 날아다니면서 생존자들을 발견하면 식량을 떨어뜨려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아에프페 통신>이 보도했다. 국제이주기구(IMO)의 인도네시아 구조활동 책임자 마리아 테레사 드라 크루즈는 “헬기 조종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걸어서 (주도인) 반다 아체로 향하고 있으며 코코넛을 따먹으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반다 아체의 구조센터에서 쌀과 감자를 얻기 위해 긴 줄 속에 서 있던 아니타는 지친 목소리로 “구호기금이 우리에게 직접 되도록 빨리 전달되지 않는다면 이미 죽은 자들과 함께 우리도 묻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10일 구호품을 전달하려던 미군 헬기 한대가 공항 근처 논바닥에 추락해 탑승자 10명이 다쳤으며 미군은 헬기를 이용한 구호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 지원 막는 정부와 반군 갈등=아체에서는 또 내전을 벌여온 정부와 반군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총격사건이 일어나는 등 구호활동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9일 아체주 유엔 구호본부 근처의 경찰 부청장의 집 밖에서 총격사고가 일어나자 정부 관리들은 분리주의 무장세력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엔은 분리주의 단체인 자유아체운동(GAM)이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군은 또 이날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아체의 구호캠프에 잠입하고 있다며 구호단체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자유아체운동 등은 인도네시아 군부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분리주의 세력을 소탕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인권단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구호요원들의 이동을 막아 구조활동이 방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해일로 고아가 되거나 부모를 찾지 못한 어린이들이 아체에서만 3만5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 가운데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쓰나미 고아들’을 인신매매의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인도 등에서 고아 등록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파리클럽 채무상환 유예=국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은 아시아 지진·해일 피해국들에 대한 채무상환 유예(모라토리엄)에 합의했다고 에르베 게마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9일 밝혔다. 게마르 장관은 “12일 열리는 파리클럽회의에서 채무상환 유예를 건의할 것”이라며 “지난 며칠간 회원국들과 논의한 결과 이들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통신>이 보도했다.박민희 기자, 외신종합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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