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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라(20·맨앞) 등 쿠웨이트대학 컴퓨터 엔지니어링학과 여학생들이 CAD실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 대학의 학생 중 70% 이상이 여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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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중동의 새바람 ③ 쿠웨이트-개혁과 여성들
쿠웨이트대생 70% 여성…70년대부터 교육 “당연”
2005년 여성 참정권 법안 통과…2007년 선거 첫 참여
고유가 힘입은 개혁정책 온건 이슬람 노선이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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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중동의 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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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5일 찾아간 쿠웨이트대학, 학생의 70% 이상이 여학생들이다. 캠퍼스를 바쁘게 지나치는 많은 여학생들은 머리에 히잡을 쓴 채 검은색 전통의상 아바야를 입었지만, 어떤 이들는 청바지에 화려한 재킷을 입었다. 처음엔 사진 찍는데 거부감을 보이던 여성들도 말을 걸어보니 자신감이 넘친다.
이 대학을 졸업한 뒤 통역담당 직원으로 일하는 아미라(23)는 “쿠웨이트 여성들은 정치적 권리를 갖게 됐고 운전·교육·직업에서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가 있다. 이혼하면 남성과 같은 정부 수당을 받는 등 점점 더 많은 권리를 얻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쿠웨이트대 어학센터의 수아드 부스탄 박사도 “여학생들은 사회적 보수주의를 넘어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한다. 여전히 보수적인 일부 가족들이 딸의 행동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등 사회적 보수주의가 남아 있으나, 쿠웨이트 여성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교육·정치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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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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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여성들에게 2005년은 빛나는 개혁의 해였다. 수십년 동안 요구해온 여성 참정권을 명시한 선거법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마수마 무바라크 기획부 장관이 쿠웨이트 역사상 첫 여성장관으로 취임했다.
쿠웨이트 여성들은 이런 거대한 변화가 20세기초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여성운동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1950년대 여성들이 시내 한복판에서 전통의상을 벗어던지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여성들이 정부 장학금을 받아 해외유학을 떠나기 시작했다. 70년대부터 여성의 교육은 “당연한 일”이 됐다.
보수적 이슬람 국가일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쿠웨이트에선 개혁파와 이슬람주의자들의 공존과 경쟁 속에서 정치·사회 발전이 멈추지 않았다. 아라비아해를 끼고 있는 해양국가로 오래 전부터 교역을 통해 경제를 운영해왔고, 이 때문에 왕가에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상인계급이 강했다. 현재 왕가인 알사바 가문도 1756년 점령이 아닌 합의에 따라 통치자로 선출됐다. 이들은 걸프지역에서 최초로 헌법과 의회를 도입한 ‘민주적 전통’을 강조한다.
여성이 처음으로 참정권을 가지고 참여하는 2007년 선거는 쿠웨이트 사회개혁의 또다른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흐라 알리 후세인 쿠웨이트대 영문과 교수는 “오랫동안 보수주의자들은 정치는 더러운 것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참여해선 안된다며 여성 참정권을 거부했다. 새 선거법이 쿠웨이트 사회를 변화시킬지는 다음 총선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의회에 진출하게 될지에 달려 있다. 사회적 보수주의는 최대 장애물이지만 여성들은 이미 정치에 눈을 떴으며 능력과 열정이 있는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부스탄 박사도 “다음 선거에서 여성들이 50개 의석중 1~2석만 얻을 것이고 여성들이 활발하게 의회에 진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의 반대와 견제, 여성 유권자에 대한 남편들의 영향력 등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걸음씩 나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의 주요 일간지 <알 와탄> 정치부 기자인 아이샤 살렘 알 라시다는 선거구 주민들을 만나며 출마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그는 “교육, 비쿠웨이트인과 결혼한 쿠웨이트 여성들의 권리 문제 등을 공약으로 강조할 것”이라며 “여성들이 의회에 진출하면 정계 분위기가 진지해지고 개혁 프로젝트들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이처럼 여성들의 정치적 권리가 약진한 밑바탕에는 고유가를 배경으로 한 쿠웨이트의 최근 경제 성장과 정부의 적극적 개혁 정책이 강한 추진력이 됐다. 자흐라 알리 후세인 교수는 “경제발전과 오일붐이 개혁주의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어떤 국가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는 심각한 빈곤과 불평등 위에서 자란다. 반면 현재의 경제적 발전은 개혁에 유리한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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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솟은 쿠웨이트 증권거래소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쿠웨이트 증시 종합주가지수는 2005년 82% 올랐으며, 쏟아져 들어오는 오일머니의 주요 투자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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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개혁에 비해 훨씬 뒤쳐졌던 쿠웨이트의 경제 개혁은 이제 시작이다.
쿠웨이트는 한국의 경상북도 정도인 면적 1만7800㎢의 소국이지만, 전세계 원유 확인매장량의 10%인 973억배럴 위에 떠있는 석유 부국이다. 그렇지만, 길거리 이곳저곳을 다녀봐도 수수하고 낡은 건물들이 대부분으로 엄청난 부를 실감하긴 어렵다.
1970~80년대 쿠웨이트는 중계무역 중심지로 현재의 두바이와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1990년 이라크의 침공으로 국토가 완전히 파괴된 뒤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다. 2000년대 들어서 급상승한 유가를 타고 다시 무역·금융 허브로서 옛 영광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석유·가스에 의존하는 경제는 ‘양날의 칼’이다. 헌법상 국유재산인 석유·가스는 전체 정부 수입의 92%를 차지하면서, 2005년에도 230억달러 이상의 재정흑자를 안겨 주었다. 인구 250만명 중 90만명 정도인 쿠웨이트 국적자들은 정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해 주며, 대부분 공무원으로 살아간다. 비판적 지식인들은 이런 “숨겨진 실업”상태에서는 젊은이들이 진취적 도전을 할 필요가 없어 발전이 어렵다고 꼬집는다.
이 때문에 2003년 7월 취임한 개혁주의자 아흐메드 알 사바 총리는 경제·사회 개혁을 추진하면서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가 49%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는 규정을 고쳐 100% 출자를 허용하고, 법인세를 낮추는 등의 법안을 2006년 안에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라크 남부에 가까운 부비얀섬을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하는 대규모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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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대학 캠퍼스에서 히잡을 머리에 두른 여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 대학의 학생중 70% 이상이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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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주의와 이슬람주의의 영향도 강한 사회지만, 많은 이슬람주의자들이 대화를 추구하는 온건노선을 선택했다는 점이 쿠웨이트 개혁의 ‘숨겨진 성공조건’이다.
모하메드 따브따바이 쿠웨이트대학 이슬람법대 학장은 “쿠웨이트의 400년 역사 동안 종교적 갈등이나 내전이 한번도 없었으며 다른 세력들이 평화롭게 공존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이나 여성의 교육 등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이슬람주의자들도 자유 확대와 경제의 개혁·개방, 정부 견제, 여성 교육 등을 지지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의 평등, 소박한 삶, 가족중심의 공동체 문화 등 이슬람 전통을 지키는 ‘이슬람적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들 이슬람주의자들은 여성 교육에 동의하지만, 남성과 여성이 함께 공부하는 것은 여성들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남녀 분리 교육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남녀 분리 교육이나 어디까지 경제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해야 하느냐는 현재 쿠웨이트 개혁파와 이슬람주의자들 사이의 쟁점이다. 쿠웨이트는 오랫동안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들 양대 세력의 대화와 경쟁에 따라 그들의 길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쿠웨이트/글 박민희, 사진 이정아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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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기업 직접 투자 원해”
바데르 알 후마이디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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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데르 알 후마이디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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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물이나 땅이 부족해 농업은 불가능하다. 노동력 부족으로 제조업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결론은 원유 수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시키고 금융·무역 중심지가 되는 것이다.”
바데르 알 후마이디(57) 쿠웨이트 재무장관은 유가 상승으로 쿠웨이트 경제가 고속 성장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석유 의존형 경제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4년 경제성장률이 19%에 이른다고 밝혔다.
후마이디 장관은 “두바이, 카타르 등 걸프지역 국가들이 모두 중동의 금융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쿠웨이트는 높은 교육 수준이나 의회 등 민주적 정치 시스템을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개혁 방향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 문호 대폭 확대를 내세웠다. 현재 49%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는 규정을 고쳐 100% 출자를 허용하고, 법인세를 낮추는 등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법안을 2006년 안에 통과시킬 계획이라는 것이다. 국내외 사기업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PPP(Private public partnership)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라크 남부에 가까운 부비얀섬을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하는 공사도 진행중이다. 쿠웨이트시티 외에 또하나의 대형도시를 건설하는 ‘실크시티’ 계획 등을 통해 쿠웨이트를 금융과 상업 중심지로 바꾸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그는 “쿠웨이트는 80~90년대에 많은 걸프 국가들처럼 금융산업에 투자하고 외국 기업 유치를 추진했으나 불행히도 1990년대 이라크의 침공으로 쿠웨이트 경제 전반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사우디에 망명했던 정부가 다시 돌아온 뒤에는 재건에 매달려야 했다. 그러나, 이제 유가가 2년 정도만 현상태를 유지한다면 각종 발전 계획들을 모두 실행할 재원들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쿠웨이트 정부는 도로, 항만, 공항, 금융, 교육, 원유 시설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대폭적인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후마이디 장관은 “교육과 의료시설 재정비에만 40억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2005년 한국 건설업체들도 해외공사 수주액 중 최대 규모인 37억달러어치를 쿠웨이트에서 수주했다. 쿠웨이트는 한국의 3대 원유 수입국이다.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제적 거리’는 일반인들의 예상보다 훨씬 가깝다.
후마이디 장관은 “한국 기업들이 건설부문에만 집중하지 말고 직접투자를 늘리길 원한다”며 특히 한국의 강점인 정보통신 분야의 투자를 희망했다.
쿠웨이트시티/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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