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흐디 사파리 이란 외무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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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흐디 사파리 이란 외무차관
1일 테헤란의 이란 외무부 청사에서 만난 마흐디 사파리(50) 이란 외무차관은 한국 정부가 오는 3월 국제원자력기구의 이사회에서도 다시 이란에 불리한 표결을 한다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하게(reconsider) 될 것”이라며 지난 표결에 대한 섭섭함을 강조했다. 이란 새 정부에서 아시아·태평양·독립국가연합(CIS) 담당 차관을 맡고 있는 사파리 차관은 한국-이란 관계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으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지난 9월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에서 한국의 표결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입장은? =이란과 한국은 우호관계를 맺어왔다. 이란은 한국 기업들에게 좋은 시장이 되고 있고 양국의 교역도 활발하다. 이런 상황에서 왜 한국 정부가 그런 표결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정부의 설명도 수긍하기 힘들다. 최근 한국 외무차관이 이란을 방문해 ‘핵 확산에 반대하는 한국의 기본입장 때문에 그런 표결을 했다’고 설명했지만 에너지 생산을 위한 이란의 평화적 핵 프로그램에 반대한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란은 어떤 국제법이나 규정도 어기지 않았으며 국제원자력기구에서 보장된 합법적인 권리에 따랐고 사찰단의 활동도 허용해 왔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북핵 문제라는 중요한 당면과제를 안고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표결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핵 문제는 한반도 문제이며 이란과 관계가 없다. 왜 한반도 문제를 이란과 연결시키는지 알 수 없다. 이란은 한국 정부의 표결을 섭섭하게 느꼈다. 이 때문에 알다시피 작은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란 정부도 북핵문제가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과 국제원자력기구 표결에서 한국이 외부의 압력을 받은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란은 한국 정부가 3월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에서 다른 표결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3월에도 지난번과 똑같은 표결을 한다면 양국 관계를 숙고하게 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노 코멘트다. -이란과 유럽연합 3개국이 지난달 21일 핵 협상을 재개한 뒤, ‘러시아 제안’이 협상의 핵심변수로 떠올랐다. ‘러시아 제안’은 이란이 아닌 러시아에서 두 나라가 함께 핵 연료를 생산하자는 것인데 이란 정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이란은 러시아로부터 공식 문서를 받기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이고 정확한 제안서를 받은 것은 아니다. 이란은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결과를 살펴보고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란 핵 협상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회의 의장이 지난주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했고 러시아 외무차관이 곧 테헤란에 와서 이 문제를 협의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원칙이자 목표는 이란 핵 연료 생산의 전 과정을 이란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이란은 외국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란 내에서 핵 연료를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 참가한 외국인들이 지분을 가지고 핵 연료 생산과정에서 참여하게 하고, 이것을 통해 이란이 매우 투명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 틀 안에서 유럽연합 3개국과 협상을 계속하고 어떤 제안들도 수용하고 검토할 준비가 돼 있으며 러시아의 제안은 그 중의 하나다. -주요 산유국인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슬람혁명(1979년) 전 약 3천2백만~3천5백만 정도였던 이란 인구는 현재 7천만 수준으로 늘었으며 국내 소비, 특히 에너지 소비가 계속 늘고 있다. 원유 수출은 이란 재정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계속 늘어나는 국내 소비를 충당하면서 현 수준의 원유 수출을 유지하는 데만도 석유·가스 분야에 2천만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는 이 때문에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려고 핵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왜 이란 정부는 이란 내에서 꼭 핵 연료를 생산하려 하는가? =이란은 20기가 용량의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계획 아래 이미 1기 발전소를 완공했고 앞으로도 2~3기를 지을 예정이다. 누군가 우리에게 핵 연료 공급을 확실히 보증한다면 받아들이겠지만, 우리는 항공기 부문에서 좋지 않은 경험이 있다. 외국 기업들은 우리에게 항공기 부품을 공급하겠다고 보증해 놓고, 혁명 이후 경제제재를 이유로 부품 공급을 거절해 암시장에서 2~3배의 가격을 주고 부품을 사야 했다. 군사용이 아닌 민간용 새 항공기를 사려고 해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때문에 팔 수 없다고 한다. 항상 중고 항공기를 살 수 밖에 없어 승객들이 위험에 처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핵 연료를 공급하겠다던 이들이 이란이 핵 발전소를 지어 가동할 때 제재 정책 때문에 이란에 더 이상 핵 연료를 공급할 수 없다고 한다면, 핵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에 의존할 2백만~5백만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때문에 우리는 핵확산방지조약(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틀 안에서 핵연료를 자급자족하기를 원한다. 이것은 우리의 합법적 권리다. -러시아는 이란의 핵 발전소 건설을 맡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가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데 협력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계속 이란을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러시아는 이란은 매우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핵 문제에서도 이란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러시아와 이란은 코카서스와 중앙아시아 등에서 국경을 접해왔으며 지역 무대에서도 계속 협력해 왔다. 앞으로도 장기적으로도 러시아가 이란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과 이란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더 필요한가? =이란 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현재처럼 공사 수주 등 단기적 사업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를 확대하길 원한다. 일본이나 중국, 인도는 모두 이란에서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중국은 이란의 석유·가스, 탄광, 알루미늄 생산 부분 등에 1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에 사인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란에 많이 진출해 있지만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지난 8월 취임한 뒤 서방 국가들은 계속 그를 비난해 왔다. =그들은 그들의 이익에 맞지 않으면 비난한다. 어쨌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취임 뒤 이 지역의 주변국가들, 이슬람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해 왔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취임 뒤 5개월 동안 어떤 일들을 해왔는가? =대통령은 공약대로 사회 정의를 추구하고 저소득 계층을 지원하는 것을 우선적 과제로 추진해 왔다. 저소득층 지역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사업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그동안 중앙정부의 관심이 미치지 않던 지방도시들을 돌아다니며 각료회의를 여는 등 소외된 계층과 지역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늘 각료회의에서도 대통령은 이란의 새로운 외교정책을 강조하고 해외 거주 이란인들의 권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란 정부는 이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가?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 행위는 국제법 위반일 뿐 아니라 이란은 7천만의 인구와 기술을 가진 매우 강력한 국가로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를 지킬 수 있다. 또한 미국도 이란이 협력하지 않으면 이라크와 아프간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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