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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7 15:45 수정 : 2019.11.07 19:54

6일 시리아 북동부의 터키 접경 지역에서, 시리아 내전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선두에 섰던 쿠르드민병대(YPG) 소속 전투원(맨 왼쪽)이 미군 장갑차량들 앞에 미군 병사들과 함께 서 있다. 루마일란/AFP 연합뉴스

CNN “규율 나쁜 아랍 군벌에 무기 양도”
미국이 등진 동맹 쿠르드민병대 겨냥
협약 위반에 전쟁범죄 방치 의혹까지
미 상원 양당, 국무부에 정보공개 촉구
국제대리전 변질된 시리아 내전의 단면

6일 시리아 북동부의 터키 접경 지역에서, 시리아 내전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선두에 섰던 쿠르드민병대(YPG) 소속 전투원(맨 왼쪽)이 미군 장갑차량들 앞에 미군 병사들과 함께 서 있다. 루마일란/AFP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터키가 미국한테 지원받은 무기류를 시리아 반군에 불법 양도한 의혹에 대해 미국 의회가 정부에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도 사실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터키가 미국과의 무기 공급 계약을 위반했는지, 또 터키에게 미국산 무기를 제공받은 자유시리아군(FSA)이 시리아 내전 동안 미국의 동맹세력이었던 쿠르드계 시리아민주군(SDF)에 대한 터키 주도의 공격 과정에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6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이 제공하는 무기류의) 최종용도 감시 협약에 따라, 미국은 믿을 만한 주장들을 상시 조사한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또 다른 관리는 <시엔엔>에 “현재 미국 정부는 터키가 해당 협약을 어겼다는 혐의가 신뢰할 만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시엔엔>의 이번 보도는 오는 13일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나와 더 주목된다. 미국 의회는 터키가 쿠르드민병대(YPG)의 주축인 시리아민주군에 대한 군사공격을 진행 중이란 이유로 미국-터키 정상회담을 반대할 뿐 아니라, 터키에 대한 무기공급 중단과 경제 제재까지 요구하고 있다.

터키는 자국 내 1800만명에 이르는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쿠르드노동자당과 쿠르드민병대를 테러 조직으로 분류한다. 지난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에 대한 배신’이란 비난에 아랑곳없이 시리아 철군을 강행한 직후 터키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쿠르드족의 시리아민주군에 대한 공세를 개시한 이유다.

미국의 양대 정당인 집권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의 상원의원들은 6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한 터키-쿠르드민병대 간 휴전 협정을 터키가 위반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의원들은 “터키가 합의 의무를 어길 경우 터키 경제를 파괴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미루어, 우리는 (미국 정부가) 터키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를 신속히 단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썼다. 미국은 2017년 회계연도에 5억8780만달러, 2018년에 6억430만달러, 올해 3분기까지 3억7320달러 등 최근 3년새에만 모두 15억6530달러(약 1조8000억원)어치의 무기를 상업판매 형식으로 터키에 팔았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6일 “터키가 중대한 합의 위반을 했다고 보지 않지만, 면밀히 조사 중”이라며, 관련 의혹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리들은 <시엔엔>에 터키가 자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무장세력에게 다량의 미국산 무기와 장갑차량 등 군사장비를 제공했다고 인정했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문제는 시리아에서 싸우는 일부 세력이 규율이 형편 없는 아랍 군벌들이며 그들 상당수는 급진적 성향이라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미국은 세계 각국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무기와 군사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데, 해당국과는 무기의 사용처를 제한하는 협약을 맺고 제3자 양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엔엔>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에서 이런 규범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애초 바샤르 아사드 독재정권에 대한 민중 항거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시리아에 이해 관계가 얽힌 주변국들의 개입으로 국제대리전으로 변질된 복잡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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