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8 19:26
수정 : 2019.10.0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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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발표 뒤,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민병대가 중심인 시리아민주군(SDF) 군인들이 7일 터키의 군사공격 가능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흐타니야(시리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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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군 철군 재차 발표
“터키 군사작전에 개입 안할 것”
대쿠르드족 공격 용인한 셈
“터기가 도 넘으면 경제말살 시킬 것”
공화당서도 비난 빗발치자 진화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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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발표 뒤,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민병대가 중심인 시리아민주군(SDF) 군인들이 7일 터키의 군사공격 가능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흐타니야(시리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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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동분쟁의 발화점인 이라크에서 8일째 격렬한 반정부 소요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전이 잦아들던 시리아에서는 쿠르드족을 향한 터키의 군사작전이 발진하고 있다. 터키의 군사작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군 발표로 촉발돼, 수렁에 빠진 미국의 중동분쟁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트를 올려 시리아의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작전을 준비 중인 터키에 “한계를 넘는다면, 터키 경제를 완전히 파괴하고 말살하겠다(나는 전에도 그랬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전날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군 발표로 터키의 대쿠르드족 군사작전을 용인했다는 비난이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빗발치자 이런 트위트를 올렸다. 의회에서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까지 나서 비난하는 등 정가는 트럼프 비판 일색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쿠르드족은 수십년 동안 터키와 싸워왔다”며 “나는 거의 3년 동안 이 싸움을 막았지만, 이제 이 말도 안 되는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말했다. 자신의 철군 조처를 적극 옹호하면서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군사작전을 용인한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에도 시리아에서 “완전하고 신속한” 미군 철군을 발표했으나, 이에 반발한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의 사임 등으로 철군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트럼프의 이번 철군 발표는 6일 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뒤 나왔다. 트럼프는 이 통화 뒤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곧 추진할 것”이라며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철군 발표 뒤 터키는 시리아의 국경지대에 있는 쿠르드족 게릴라를 대상으로 군사작전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민병대가 중심인 시리아민주군(SDF)은 미국의 재촉과 지원을 받아 이슬람국가 격퇴 지상전을 벌인 주축으로, 그 대가로 시리아에서의 자치독립을 미국 등 서방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터키는 시리아의 쿠르드족 움직임이 자국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무장투쟁과 연계돼 있다며, 이슬람국가 패퇴 이후부터 국경지대의 쿠르드족 게릴라 진압을 다짐해왔다. 2천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은 터키-시리아-이라크-이란 4개국 접경지대에 거주한다.
지난해 12월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 발표 때부터 미국 안팎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쿠르드족을 이슬람국가 격퇴에 이용한 뒤 희생시키는 ‘토사구팽’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쿠르드족보다는 나토의 중요 회원국인 터키와의 관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는 대선 때부터 중동분쟁에서 미군 철수를 다짐해왔다. 하지만 이번 철군이 시리아에서 또다른 전운을 부르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딜레마에 빠질 공산이 크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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