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2.26 18:23 수정 : 2006.01.17 03:53

지난 여름 영양실조 탓에 몸무게가 3.2㎏밖에 되지 않는 생후 10개월된 한 여자아이가 니제르의 한 병원에 누워 있다. 마라디/AP 연합뉴스

어린이등 250만명 위기… “무시돼온 긴급상황중 최악”
때늦은 원조로 비용 증대… “안정적 식량공급 대책 절실”

9. 니제르

[2005지구촌현장] 굶어죽는 아프리카 놔두고 지구공동체?

“니제르 인구 1170만명 가운데 360만명이 식량부족에 처해 있고, 250만명은 굶어죽기 직전이다. 일부 가족들은 나뭇잎과 풀뿌리로 연명하고 있다. 어린이 80만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 서부 니제르가 올해 최악의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가뭄이 들어 수확량이 확 줄어든데다, 15년만에 가장 심한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아 그나마 남은 곡식들마저 큰 손실을 입었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여름 전세계에 긴급 식량 원조를 요청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이 큰 눈을 꿈벅이며 죽어가는 사진들을 보고서야 세계는 그 비참함에 화들짝 놀랐고, 식량난을 겪고 있는 인구 수치가 엄청난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사실 구호기관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니제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식량지원을 애타게 요청했다. 하지만 구호의 손길은 거의 없었다. 얀 에옐란 유엔 인도지원담당관은 “이는 그동안 (선진국에서) 무시돼 온 긴급상황 가운데 가장 심각한 사태 중 하나”라며 “영양실조를 막는 데는 하루 1달러로도 충분한데, 제때 지원이 되지 않아 이젠 굶어죽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80달러가 필요하다”고 <로이터통신>에 따끔한 비판을 쏟아냈다. 세계식량계획은 전세계에서 날마다 2만5천명이 굶어죽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2005지구촌현장] 9. 니제르

니제르의 기근은 비단 자연재해 때문만은 아니다. 인구의 82% 가량이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길러 먹고 사는데, 사하라 사막 이남에 있는 국토는 15%만 경작에 적합한 토질이다. 물을 끌어오는 관개시설도 거의 없다. 하늘에서 뿌리는 비가 이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셈이다.

아프리카에서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는 말리, 모리타니아, 소말리아, 부르키나 파소, 짐바브웨, 수단 등 서부와 남부 전체에 퍼져 있다. 굶주림의 이유는 대개 가뭄·병충해·비과학적 영농 등 비슷하다. 이달 들어서도 유엔은 남부의 짐바브웨와 말라위에 긴급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


수확기가 끝나는 10월 중순, 니제르는 360만톤의 곡식을 거뒀다. 지난해보다 작황이 좋다. 하지만 식량난이 끝나는 건 아니다. 가난한 가정은 올 여름을 나느라 높은 이자의 빚을 져서, 원금과 이자를 갚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가뭄통에 가축과 가재도구도 식량과 바꿔 버려 이제 없다. 시골 빈민가의 곡식 저장량은 대부분 올 연말을 넘기면 바닥이 난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주식인 수수의 가격은 지난 5년간의 11월 평균 가격보다 9%가 높다. 올 추수 곡식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12월이 지나면 값은 더 오를 것이다. 니제르 정부는 내년에도 200만명 가량이 식량난을 겪을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와 구호기관들은 이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함께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고 ‘기근 조기경고체계 네트워크’가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주민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구호단체: 기아대책(www.kfhi.or.kr 02-544-9544), 유니세프(www.unicef.or.kr, 02-735-2315), 월드비전(www.wvkor.org, 무료전화 1-866-625-1950)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2005 지구촌현장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