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5 18:02
수정 : 2019.07.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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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혁명수비대가 쾌속선을 동원해 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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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유럽 주도 호르무즈 해협 보호 작전 천명
미국 주도 다국적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제동
중동 해역에서 미국 주도권 약화 우려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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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혁명수비대가 쾌속선을 동원해 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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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위기로 불거진 호르무즈 해협 등 페르시아만의 해상 통제 문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이 별개의 접근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 등 국제사회에 호르무즈 해협 보호를 위한 기여와 참여를 요구하는 다국적 해상작전을 촉구하고 있으나, 유럽은 자신들의 독자적인 공동작전을 천명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4일 취임 첫날 기자들에게 미군은 페르시아만 및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의 상선들을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나, 모든 경우에 해군력 호위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선박들이 호위를 필요로 하는 만큼만, 우리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중동 해역에서 이란 등의 위협이 있을 경우에 미국 외의 모든 다른 나라 선박까지 미 군사력으로 보호하지는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그는 “미국 국기를 단 모든 배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때 그 뒤에 미국의 구축함이 뒤따른다는 것을 반드시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선적이라도 해도 선박의 실소유가 미국이 아니면 미군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최근 밝힌 호르무즈 해협 보호 다국적 작전에 동맹국 등 국제사회가 참여하라는 압박성 촉구이기도 하다. ‘보초 작전’으로 명명된 이 작전을 놓고,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지난 19일 60개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아직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에서 한 나라도 공식적인 호응은 보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럽 쪽에서는 불편한 반응을 보내며, 독자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22일 의회에서 영국은 페르시아만에서 국제사회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는 유럽 주도의 임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 계획은 미국의 제안과는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계획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박 작전의 일환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핵협정을 여전히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국이 미국과는 별개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노력을 주도하는 것은 최근 영국 선박에 대한 이란의 나포 사태와 관련이 있다. 이란에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통제 작전에 힘을 보탤 경우, 이란과의 긴장과 관계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의 국제핵협정에 참여한 영국 등 유럽연합 주요국들은 미국의 일방적 탈퇴에도 불구하고 이 협정 유지를 선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주도로 이란 위기를 악화시키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보호하려면, 미국과는 별개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영국의 제안에 유럽연합 주요 회원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 제안은 긴장을 완화하고 촉진하는 의도”라며 “미국의 최대한의 압박 접근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유럽의 이런 시도가 미국이 취하는 접근의 보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란 위기가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해역에서 미국의 주도권 약화라는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이란은 자국의 영해가 맞닿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어떠한 서방 전함들도 초계할 필요를 거부하며, 이 해협의 안전을 자신들이 보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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