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4 17:34
수정 : 2019.05.1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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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이 자랑하는 함재기 F-18E ‘슈퍼호넷’이 10일 홍해에 배치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란의 공격 징후가 있다’며,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 B-52 전략폭격기,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 등을 중동 지역에 배치했다. 홍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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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이란 선공·핵개발 강행 대책
새너핸 국방대행, 트럼프에 보고”
이라크 전쟁 수준 긴장감 조성
미 언론 5기지 시나리오 제시
“이스라엘 등 로비 의식한 ‘연극’
이란 정권교체·새 협정 체결
예방 전쟁 또는 봉쇄 강화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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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이 자랑하는 함재기 F-18E ‘슈퍼호넷’이 10일 홍해에 배치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란의 공격 징후가 있다’며,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 B-52 전략폭격기,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 등을 중동 지역에 배치했다. 홍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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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이란 위기’에서 미국은 무엇을 원하고 노리는 것인가?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이란이 미국 군사력을 공격하거나 핵개발을 강행하면 12만 병력을 중동에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최고위 안보 관리들의 회의에서 제시된 이 계획은 대이란 초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미군이 이란에 상륙하는 정도의 침공은 상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방불케 하는 또다른 분쟁을 어른거리게 만드는 내용이다. 이날 세계 에너지 공급의 수도꼭지 같은 역할을 하는 페르시아만 부근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유조선들이 정체불명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과 맞물려 긴장과 갈등이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 대외정책에서 최악의 재앙이라는 이라크전 이후 미국은 중동에서 군사적 개입을 축소하려고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사임까지 부른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발표했다. 이라크전을 “멍청한 전쟁”이라고 혹평한 그는 해외에서의 군사력 사용에 혐오를 표현해왔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이란과의 국제 핵협정에서 미국을 일방적으로 탈퇴시키면서 중동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단초를 만들고 긴장을 격화시키는 것에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스티븐 월터 하버드대 교수는 6일 <포린 폴리시>에 ‘이란 정책을 아무도 모른다면, 그런 것은 존재하기나 하나?’라는 기고에서 5가지 해석을 제시했다.
첫째, 이란을 최대 위협으로 보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및 미국 내 로비 세력을 의식한 ‘연극’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맺은 이란과의 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격렬히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사우디를 달래고 무기를 파는 한편, 재선을 위해 이들의 요구에 응하는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때문에 유럽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중동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을 키워주는 한편 국내에서도 반발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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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1일 열린 이란 이슬람혁명 40돌 기념 집회에서 테헤란 시민들이 성조기를 태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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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것처럼 이란과의 새 협정 체결을 위해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년 전 핵협정에서 탈퇴하며 밝힌, 이란의 핵 능력 개발과 중동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더 확실히 제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란이 기존 협정을 헌신짝처럼 버린 트럼프 행정부와 새 협정을 맺을지는 의문이다.
셋째, 정권 교체다.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 모두 이란의 이슬람 정권에 생래적 혐오를 갖고 정권 교체를 원해왔다. 핵협정 파기를 통한 최대한의 압박은 이란인들의 봉기를 유도해 체제 변화로 이끌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정권 교체를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볼턴 보좌관은 자신이 지금도 옹호하는 이라크전의 논리를 이번 기회에 관철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이 계속 추구하는 백일몽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우세하다.
넷째, 예방전쟁의 자락을 깔려는 것이다. 이란의 핵개발 재개를 유인하면 러시아나 중국도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이란의 군사 능력에다 레바논·팔레스타인·시리아·이라크에 퍼져 있는 이란 추종 세력들을 감안하면 이란을 상대로 한 예방전쟁은 중동 전역을 이라크전쟁나 시리아 내전 이상의 장기적 전쟁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다섯째, 강화된 봉쇄 정책이다. 무한정 목을 졸라 이란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새 핵협정, 정권교체, 예방전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인정하지만, 이란의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와해할 수는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월터 교수는 마지막 시나리오가 트럼프 행정부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것으로 보나, 그 결말이 이란의 약화일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시간이 많이 걸릴 이 시나리오는 오히려 중동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을 키울 우려가 크다. 또 지금처럼 이스라엘·사우디·이집트에 발목이 잡혀, 이들의 요구에 미국의 대외정책이 더 휘둘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금의 이란 위기는 이라크전 때와 닮은꼴이다. 미국은 이라크의 핵 능력을 핑계로 이스라엘·사우디의 안보 위협 제거, 이라크 정권교체, 이란 등 반미 국가에 대한 봉쇄를 두루 노리고 이라크전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느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최악의 정반대 결과를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강경파 볼턴 보좌관조차도 이란과의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개릿 마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추구하지 않고, 대통령이 이란 지도부와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점을 대통령은 명확히 해왔다”고 말했다.
이라크전 때 미국은 전쟁을 상정하고 모든 명분을 갖다 붙였다. 지금 이란 위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현실적 목적을 내세우다가 전쟁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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