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3 16:45
수정 : 2019.05.1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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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 인전합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푸자이라의 모습. 이 사진은 2016년에 촬영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지난 12일 푸자이라 인근 해안에서 4척의 상업용 화물선에 대한 사보타주 공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부다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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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길목 호르무즈해협 부근에서
사우디 유조선 2척 포함 4척 피해
사우디 “미 수출용 실으려 가던 중”
이란, 배후론 일자 “악의적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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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 인전합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푸자이라의 모습. 이 사진은 2016년에 촬영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지난 12일 푸자이라 인근 해안에서 4척의 상업용 화물선에 대한 사보타주 공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부다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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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및 이란과 가까운 아랍에미리트연합 동부 해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을 비롯한 선박 4척이 의문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 계획을 탐지했다며 전력을 증강 배치하는 상황에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이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 인근 수역에서 12일 오전 6시께 자국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사우디 국영 통신이 보도했다. 알팔리 장관은 13일 “2척 가운데 하나는 미국으로 수출할 원유를 적재하려고 가던 중이었다”며 “다행히 사상자나 원유 유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선체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는 동부 해역에서 상선 4척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는데, 사우디 유조선 2척이 이에 포함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은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연기나 화재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은 페르시아만 주변에서 생산되는 원유 수송의 주요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에서 불과 140㎞ 거리에 있는 푸자이라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달 초 미국이 이란산 석유 완전 금수 등 제재 강화에 나서면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은 ‘이란의 명백한 위협 징후’가 있다며 8일 B-52 전략폭격기 여러 대를 카타르 소재 공군기지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긴장이 고조돼왔다. 미국은 지중해에 머물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도 중동 해역으로 보내고, 10일엔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포대와 함께 2만5000t급 대형 수송상륙함 알링턴함까지 급파했다. 미국 해사청은 10일 “이란이나 그 대리 세력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해협,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을 포함한 상선과 미군 함정을 공격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거듭 주의를 촉구했다.
이번 공격이 미국이 말하는 ‘이란의 위협 징후’와 연관이 있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 정부는 공격 주체와 이유 등은 물론 구체적 피해 상황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국 해군 5함대 역시 진상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알팔리 장관은 “이번 공격은 전세계 소비자들에 대한 원유 공급의 안전성을 해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배후에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발언이다.
이란은 “악의를 지닌 자들의 음모”라고 비난하며 배후론을 일축했다.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오만해에서 발생한 사고는 놀랍고 우려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 지역 해상 안보를 저해하려는 외세의 모험적 행보에 대해 경고한다”고 밝혔다. ‘외세’란 이란의 공격 징후를 이유로 페르시아만 쪽 전략무기 배치를 강화하는 미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의 입장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역공작이 아니냐는 의심을 깐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공격에 관한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미-이란) 양쪽의 의도하지 않은 갈등 고조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위험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외무장관들과 이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예고 없이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다. 그는 전날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서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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