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8 16:15
수정 : 2019.05.08 19:49
|
이란의 국영통신 <이르나>(IRNA)가 8일 이란이 ’이란 핵협정’의 일부 의무사항을 따르지 않겠다는 최고국가안전보장회의의 결정을 전하고 있다.<이르나> 누리집 갈무리
|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 1주년 맞아
8일 “이란도 서약의 일부를 파기할 수밖에”
본격적 핵개발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중동 정세는 물론 북핵 협상에도 악영향 끼칠 듯
|
이란의 국영통신 <이르나>(IRNA)가 8일 이란이 ’이란 핵협정’의 일부 의무사항을 따르지 않겠다는 최고국가안전보장회의의 결정을 전하고 있다.<이르나> 누리집 갈무리
|
이란이 그동안 준수해 온 핵협정 일부 조항의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떠난 이란 핵협정에서 이란도 발을 빼기 시작함에 따라 중동 정세는 물론 소강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핵협정 탈퇴를 발표한 지 1년이 된 8일 국영방송에 출연해 “이란은 매우 전략적인 인내를 해왔다. 합의의 다른 당사자가 서약을 지키지 않으면 이란도 일부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며 이날부터 핵협정이 정한 농축 우라늄과 중수로 가동을 위해 필요한 중수(heavy water)의 보유량 제한을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60일 동안 나머지 협정 당사국인 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로부터 이란의 석유·은행 분야를 보호할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3.76%로 제한된 우라늄 농축한도 제한과 (북서부 도시 아라크에 있는) 중수로 관련 제한도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이란은 현재보다 더 고농축의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고, 중수로 가동을 통해 플루토늄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란은 핵협정에 따라 농축 우라늄의 농축률은 3.67%, 보유량도 300㎏로 제한해 왔다. 또, 플루토늄 생산을 하지 못하도록 중수 보유량과 중수로 가동 등에도 제한을 받아왔다. 이란이 이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핵협정의 일부 이행 중단을 예고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에 독일을 더한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8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을 15년간 생산하지 않고, 농축 우라늄과 원심분리기 수를 크게 제한하는 대신 미국 등은 제재를 해제하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이 협정은 핵개발을 막을 수 없는 결함투성이라며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어 제3국에까지 강제하는 이란산 석유 전면 금수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번 조처가 시행되면, 이란의 핵개발을 막아왔던 핵협정에 큰 균열이 생기며, 중동 정세는 짙은 안개 속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앞서 이란이 동맹국인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군 5000여명이 주둔해 있는 이라크를 겨냥하기 위해 탄도 미사일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 항모 링컨과 B-52 전략 폭격기 배치를 결정했다. 이란이 격렬하게 반응하면, 세계 원유 70%가 오가는 페르시아만에 전운이 감돌며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등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