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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11 17:56 수정 : 2019.02.12 15:07

1978년 10월 테헤란 시민들이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초상화를 앞세우고 팔레비 국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1일 ‘이란혁명’ 40주년 맞은 테헤란
수백만 시민, 혁명 기념 위해 거리로 나서
“혁명, 단단한 나무로 자라” 축하 속에서도
미 경제제재와 사회변화로 인한 고민 깊어

1978년 10월 테헤란 시민들이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초상화를 앞세우고 팔레비 국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혁명의 들불’이 전국으로 번져가던 1979년 2월1일, 테헤란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에 한 노인이 도착했다. 검은 도포에 백발을 휘날리던 노인의 눈빛만은 청년처럼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란 혁명의 아버지’ 아야톨라 호메이니(1900~89)가 15년 망명생활을 끝내고 귀국하는 순간이었다.

활주로에 내려선 이맘(이슬람의 종교 지도자)을 맞이한 이란인들은 한목소리로 “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 무려 600만명의 환영 인파가 수도 테헤란 도로를 가득 메웠다. 호메이니의 도착에서 혁명 완수까지 ‘여명의 10일’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귀국한 호메이니는 빠르게 혁명을 완성시켜 나갔다. 8일 도망친 샤(이란 국왕) 모하마드 팔레비의 정예부대 소속 전투기 100여대가 이맘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11일 군 최고위원회는 중립 선언으로 사실상 혁명에 동참했다. 지나친 미국 추종과 부패, 강압적 정책으로 이란인들의 삶과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팔레비 왕조가 몰락하고 이슬람 시아파가 지배하는 신정국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이란은 ‘혁명의 수출’을 국시로 내걸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수니파 국가와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중동 정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알자지라>는 11일 테헤란의 분위기에 대해 “수백만명이 혁명 40돌을 기념해 거리로 나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점증하는 경제적·정치적 압력에 맞서 그들의 이슬람 원칙에 대한 충성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란 관영 <이르나>(IRNA) 통신도 특집 기사에서 “지난 40년은 길고 험난한 길이었지만, 이란 혁명이라는 어린 나무는 압제의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국가들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단단한 나무로 자라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민들은 진눈깨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부터 국기를 앞세우고 테헤란 중심부 ‘자유의 탑’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미국의 제재를 분쇄하고 혁명을 완수하자고 외쳤다.

겉으로는 혁명 40돌의 의미와 성과를 강조하지만, 이란의 속내는 간단치 않다. 2013년 집권한 온건 보수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전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보수 정책을 뒤집고 온건하고 타협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는 “젊은이들과 여성들의 힘을 누르는 것은 좋지 않다”며 엄격한 이슬람 율법의 적용을 완화했고, 2015년 7월엔 미국 등과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이란핵협정이란 빅딜을 성사시켰다.

11일 이란 이슬람혁명 40돌 기념 집회에서 테헤란 시민들이 성조기를 태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2017년 1월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판을 바꿔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데 이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 전면 포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전면 수용 △시리아 주둔 병력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이란의 주요 수입원인 석유의 수출길도 막았다. 지난해 1월 1달러당 4만2000리알이던 환율은 올해 1월 12만리알까지 급등했다. 그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제난으로 시민들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라 있다. 2017년 말부터 소규모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달 “이란은 과거 40년 중에 가장 엄혹한 제재를 받고 있지만, 이는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다른 도전은 급격한 사회 변화다. 8천만 인구의 60%는 혁명 이후 태어난 이들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거리낌없이 손을 잡고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와 카페에서 히잡을 벗어던지는 여성 등 테헤란 젊은 세대의 자유로운 일상을 소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란 여성 기자는 “젊은 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패션과 문화와 접하고 있다. 체제 쪽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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