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07 09:54
수정 : 2019.02.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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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의 베니 간츠 이스라엘회복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일 텔아비브에서 오는 4월 예정된 총선의 선거 유세 중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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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참모총장 출신 간츠, ‘가자 철수’ 전례 언급
4월 총선서 집권 리쿠드당의 최대 맞수 급부상
우파 쪽에선 “가면 벗고 아랍계와 손잡은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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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의 베니 간츠 이스라엘회복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일 텔아비브에서 오는 4월 예정된 총선의 선거 유세 중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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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치러질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맞수로 떠오른 베니 간츠(59) 이스라엘회복당 대표가 자국이 불법점령 중인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간츠 대표는 6일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인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와의 인터뷰에서 “2005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철수는 이스라엘 정부가 승인하고 이스라엘군과 유대인 정착민들이 고통스럽지만 좋은 방식으로 수행했다”고 상기한 뒤 “이로부터 (교훈을) 배울 수 있으며 다른 지역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츠는 이스라엘군 참모총장(2011~2015) 출신으로, 지난 12월 이스라엘 회복당을 창당하고 총리직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전격적인 독립국 건국을 선언할 당시만 해도 유엔의 영토분할 결의안에 따라 기존 팔레스타인 땅의 48%만을 할양받았다. 그러나 이후 아랍 국가들과 네 차례에 걸친 전쟁과 끊임없는 자국민 정착촌 건설로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영토의 상당부분을 실질적으로 강점했다. 국제법상 이같은 군사 점령과 정착촌은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불법 점령과 정착촌 문제는 팔레스타인 평화 구축의 최대 난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안보 문제에 대해선 가장 강경할 것으로 보이는 군 출신의 정치인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그 배경과 진의에 특별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간츠의 신생 정당인 이스라엘회복당은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의 전체 120석 가운데 21~24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29석)을 위협하는 최대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간츠 대표는 <예디오트 아하라노트> 인터뷰에서, 가자 지구 철수의 전례를 적용할 수 있는 점령지로 요르단강 서안을 직접 지목하진 않았으며, 철군 조건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지난달 첫 선거 유세에선 요르단 계곡의 군사 요충지와 시리아 골란 고원, 동예루살렘 등 이스라엘의 점령지를 사수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간츠 대표가 이스라엘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비공인 전초기지들에서 이스라엘의 철수를 지지할 수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내다봤다.
간츠의 발언은 즉각 이스라엘 우파 세력의 비판과 반발을 샀다. 집권 리쿠드당의 한 대변인은 “우리는 베니 간츠가 의회에서 13석을 차지하고 있는 아랍계 의원들의 도움으로 좌파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군인 출신 정치인에게 색깔론을 폈다.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극우 정치연합 ‘유대인의 집’ 대표인 나프탈리 베네트 교육부장관도 “간츠가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비 그라비(중도좌파 노동당 정치인)의 역할을 떠맡았다”며 “간츠는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에서의 일방적인 철수로 유대인을 집에서 축출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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