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9 18:12
수정 : 2019.01.2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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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로가르주에서 미군 병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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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탈레반 평화협상서 핵심 사안 원칙적 합의
미군 철군과 탈레반의 테러 지원 중단 맞교환
평화협상에서 배제된 아프간 정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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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로가르주에서 미군 병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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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탈레반과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고 밝히면서 전쟁의 땅 아프가니스탄에서 종전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평화 정착 앞에는 여전히 수많은 난관이 놓여 있다.
미국 정부와 탈레반이 17년 넘게 이어진 전쟁을 종식하는 평화협정의 큰 틀에 합의했다고 미국 쪽이 28일 밝혔다. 양쪽은 지난주 카타르에서 6일간의 협상을 통해 종전을 위한 두 가지 핵심 원칙에 합의했다고 잘메이 할릴자드 미국 특사가 밝혔다. 그는 미국은 1만4천명의 아프간 주둔군을 철수하고, 탈레반은 아프간 영토 내에서 테러 세력 지원을 중단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할릴자드 특사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아프간이 국제 테러 단체나 분자들의 플랫폼이 되지 않도록 필요한 것을 하겠다고 약속해 우리를 만족시켰다”고 말했다.
협상에 참여한 탈레반 고위 관리도 양쪽은 두 가지 원칙적 합의를 이행할 구체적 계획을 짜는 위원회 2개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위원회는 △미군이 아프간에서 언제 철수할 것인가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 단체가 아프간을 기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탈레반의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 탈레반 관리는 위원회들이 철군 경로 및 소요 시간을 도출할 것이라며, 탈레반 쪽은 철군 시한을 6개월로 보지만 신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질적 평화협정 가동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에서 배제된 아프간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고, 그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문제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나는 탈레반이 아프간 국민들의 의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아프간 정부와 진지한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종전 협상은 “아프간이 주도하고 아프간이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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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특사가 28일 카불의 미국대사관에서 기자들에게 탈레반과의 협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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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괴뢰일 뿐이라며 아직까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탈레반은 미군 등 외국군 철수 일정이 확정돼야 아프간 정부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철군 일정을 확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철군 이후 아프간의 미래에 대한 합의도 의미한다. 이는 아프간 정부가 평화협상에서 차지할 몫이 별로 없음을 의미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할릴자드 특사는 미-탈레반 협상을 먼저 진전시켜야 탈레반, 아프간 정부, 각 정당 사이의 권력 분점, 탈레반이 요구하는 개헌 등에 관한 협상에 필요한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할릴자드 특사는 가니 대통령에게 협상 진전 상황을 주기적으로 알려주기는 하지만 사실상 일방적 통보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할릴자드 특사는 지난달 아부다비에서 열린 협상에 아프간 정부 대표 2명을 초청했으나, 탈레반은 이들의 참가를 단호히 거부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를 보호해준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려고 아프간을 침공한 뒤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아프간은 1979년 소련의 침공 이후부터 40여년간이나 전쟁을 겪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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